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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1년] 설계부터 해체까지 아우르는 기술력 확보.. 원자력발전산업 강국으로 발돋움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2 17:40

수정 2018.06.12 17:40

신고리 5·6호기 원자로 윤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울산 고리 원전지역에서 열린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 탈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방향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울산 고리 원전지역에서 열린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 탈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방향을 밝히고 있다.


【 울산=이보미기자】 지난 7일 찾은 울산 고리 원전지역은 분주했다. 2400t급 거대한 빨간색 크레인 옆으로 원자로의 뼈대가 될 원통 모양의 대형 구조물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건물 주변으로 트럭과 굴삭기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울산 울주군 서생명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모습이다.


하지만 같은 공간이지만 조금만 비껴가면 차분한 곳도 있었다. 영구정지 1년을 맞은 고리 원전 1호기는 분주한 현장의 이방인 인 듯 해체를 준비 중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본격 시행한 지 1년 원전지역과 원전산업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변화의 핵심은 원전 건설, 운영, 해체 등 원전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원전 산업 강국으로 발도움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 준공 목표 '설계 수명' 60년 5.6 호기 건설 '한창'

먼저 찾은 곳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볼 수 있는 새울전망대였다. 5.6호기 건설현장 면적은 약 257만1900㎡로 축구장 360개 크개 규모다. 신고리 5.6호기는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에 성공한 3세대 원전인 한국형 신형원전(APR1400)이다. 기존 1000MW급 원전보다 40%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설계 수명도 60년에 달한다. 해체를 앞둔 고리 1호기의 2배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체코 등에 수출을 추진 중인 원전 모델도 모두 APR1400이다.

전망대의 커다란 창을 통해 원통 모양 대형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호기의 원자로가 설치될 건물로 현재 하부 외벽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원자로 하면 생각나는 돔형태 건물은 지름 50m 높이 80m로 규모로 건설되며 기초 3단 외벽 17단, 돔형태 9단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조립을 하듯 단계적으로 쌓아올리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고리 5호기 외벽은 현재 9단까지 올라가 있었다.

박성훈 신고리 5.6호기 건설소장은 "내년 상반기면 돔 형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리 5호기 옆 신고리 6호기 건설현장은 기초 공사가 한창이었다. 네모 반듯한 바닥에 원형 모양의 뼈대만 드러내 이곳이 원자로 건설현장임을 알리는 듯했다.

신고리 5.6 호기 현장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안전성이다. 원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불안감마저 없애기 위함이다. 박 소장은 "대형 민항기 충돌에 견딜 수 있도록 철근 콘크리트 외벽 두께를 137CM로 보강했다"며 "진도 7.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게됐다. 이는 해당 충격에도 안전 설비가 모두 정상작동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전의 내진성능은 일반 건물의 내진성능과 개념이 다르다"며 "진도 7에 일반 건물이 무너지지만 않으면 되지만 원전은 정상가동이 전제가 된다. 실제 진도 8~9도의 지진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터울로 완공될 신고리 5.6호기가 모두 가동을 시작하면 부산 전체 전력 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구정지' 고리 1호기 연료 냉각 단계 '해체 설계'

차로 5분정도 거리정도 떨어진 고리 1호기는 해체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지난해 6월18일 0시를 기해 40년의 운영을 마치고 멈췄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을 전 연료를 냉각하는 단계라 외형은 원래 그대로 모습이었다. 고리 1호기 내부는 40년의 세월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잘 관리돼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뜨거운 열기와 굉음을 내며 돌아갔던 터빈과 발전기가 멈춰서면서 적막감까지 느껴졌다. 대신 고리 제1발전소 주제어실에 붙은 '새로운 시작, 안전한 관리, 완벽한 해체 준비'라는 글이 이곳이 해체를 앞둔 곳임을 알게해줬다.

현장 인력들이 아쉬움도 깊게 묻어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는 우리 원전 기술을 자리하게 한 원천으로 우리나라를 세계 6위 원전강국으로 오르게한 기반이었다"며 "무고장 안전운전 5주기를 달성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낸 곳이기도 해 운영정지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노기경 고리원자력 본부장은 "해체에 앞서 원자로에서 뺀 사용후 핵연료를 5년간 물속에서 냉각해야 한다"며 발전기는 멈췄지만 사용후연료저장소 환기설비, 여과장치 등은 모두 정상 가동 중이며 2022년 6월까지 고리 1호기 현장 여건은 변함 없이 그대로 유지.관리된다"고 밝혔다.

이곳 직원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있다. 해체도 건설과 마찬가지고 설계가 필요하다. 안전성 확보와 기술 개발까지 건설보다 더 힘든 작업이라는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체작업을 완수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 독일, 일본만 갖고 있는 원전 해체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항목을 도출한 상태다"며 "이 중 17개 기술의 추가 확보가 필요한데 현재 1개를 확보했고 나머지 16개에 대해 해체 착수 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수원이 내년 6월까지 해체 계획을 세우고 2022년 6월까지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 정부 승인을 받은 뒤 시설.구조물의 제염과 해체(8년 이상), 부지 복원(2년 이상) 등을 거쳐 2032년 말까지 고리 1호기 해체를 완료하게 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이 지금은 하드웨어에서 캐시카우를 가진 회사지만 나중에는 소프트웨어로 먹고 사는, 에너지 컨설팅하고 지난 35년간 경영노하우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개발도상국에서 원하면 컨설팅하고 돈 벌 수 있는 회사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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