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저비용항공사(LCC) 객실 승무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고, 만성 방광염 질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승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양질의 휴식 제공’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9일 에어부산 승무원 A씨는 "공용 숙소를 사용하며 동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화장실에서 식사를 한다. 휴식에 방해가 될까 화장실은 숙소 로비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사용한다"라며 "만성적으로 방광염이라는 질병을 달고 산다. 자괴감과 비참함에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객실 승무원들에게 1인 1실 숙소를 제공하며, 해외 항공사들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LCC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개별 숙소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웨이 항공 승무원 B씨는 “힘든 비행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는데도, 동료와 함께 방을 써야 한다. 서로의 수면 시간도 다르고 생활 소음이나 냄새, 조명 하나까지 신경 쓰이다 보면 사실상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공공장소보다 못한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에어서울 승무원 C씨는 “독립적인 공간은 고강도 교대근무자에게 심신의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승무원처럼 안전과 직결된 직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승무원D씨는 "기내에서는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업무를 수행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비행 안전을 위한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비행 안전은 승무원의 컨디션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 결국 비행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노동자의 안전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객실 승무원이 낯선 동료와 방을 공유하는 구조는 성희롱, 사생활 침해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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