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접시닦이부터 시작.. 한국인 최초 총지배인 올라
학력.인종.성별 배제하는 하얏트 인사원칙으로 가능
학력.인종.성별 배제하는 하얏트 인사원칙으로 가능
하얏트 한국 호텔 최초의 한국인 총지배인이 탄생했다. 바로 지난달 부임한 하얏트 리젠시 제주의 윤순섭 총지배인(47)이다.
윤 총지배인은 취임 한달을 맞아 지난 9일 "화려한 건물보다는 직원들의 진실한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더욱 감동을 준다"며 "소프트 파워로 모든 고객에게 또 다른 집과 같은 편안함(Home Away Home)의 경험을 선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세계 굴지의 호텔 브랜드 총지배인인 만큼 유명 호텔 학교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을 것 같지만 윤 총지배인은 호텔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총지배인까지 오른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하얏트는 사람을 뽑을 때 학력, 인종, 성별을 배제한다"며 "내가 총지배인에 선임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인사원칙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른이 다된 나이에 호주 하얏트 리젠시 생츄어리 코브에서 호텔리어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윤 총지배인은 "결혼 후 갑자기 호주로 건너가게 됐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호텔에서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어는 서툴렀고 호텔일도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였지만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는 "뒤늦게 호텔리어로 일하게 됐지만 나의 서비스에 상대방이 만족했을 때 느껴지는 기쁨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호텔리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해외 유명 호텔학교 입학 준비에 매달리기 보다는 진짜 호텔리어로서 자신의 적성이 부합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고육지책으로 시작했던 호텔 일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낸 윤 총지배인은 능력을 인정받아 하얏트 리젠시 사이판에서 약 6년 동안 프런트 오피스 어시스턴트 매니저로서 다양한 호텔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프레이저 플레이스 서울 호텔과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에서 총 10년 동안 운영 총괄직을 역임하면서 남다른 리더십으로 호텔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얏트 리젠시 제주는 제주도의 유일한 글로벌 체인 호텔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메리어트를 시작으로 포시즌스 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등이 줄줄이 개장을 예고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윤 총지배인은 이같은 경쟁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제주도의 국내외 관광객 수요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의 많은 호텔들이 제주에 세워질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될 것이라 보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호텔 산업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촉진제가 될 것이며 서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 또한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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