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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태국 동굴의 영웅들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1 17:27

수정 2018.07.11 17:27

태국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에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구출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12명의 소년과 1명의 코치가 17일 만에 전원이 차례로 구조되면서다. 러시아 월드컵 못잖게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이 10일 해피 엔드로 마무리된 셈이다.

인간의 진가는 위기 시에 드러나는 법이다. 1912년 북대서양에서 호화 유람선 타이태닉호가 침몰할 때도 그랬다. 당시 구명정은 태부족했다.
2200여명의 승선자 대부분은 구출 우선순위인 여성과 어린이의 탈출 광경을 배에서 지켜봐야 했다. 생사가 엇갈리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카르그 엘레르트의 '나의 주님, 당신께 가까이'라는 성가가 울려 퍼졌다. 배에서 근무하던 실내악단의 연주였다. 스스로 배 안에 남아 승객들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려 애쓴 이들이야말로 타이태닉호의 의인이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이번에 태국 동굴에서도 그런 속설이 입증됐다. 기적 같은 재난 구조 드라마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말이다. 전 세계의 동굴전문가와 자원봉사자 등 1000여명이 모였으니 숱한 화제의 인물이 배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구출용 미니잠수정을 갖고 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발명가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비록 길고 좁은 동굴의 특성상 실전에 투입되진 못했지만….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 멧돼지) 소년들이 전원 생환하기까지 숨은 주역은 따로 있었다. 에까뽄 찬따웡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폭우로 동굴에 고립된 이후 첫 9일간 소량 남은 과자들을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공복으로 버텼단다.
그런 가운데 승려 출신인 그는 공포에 떠는 소년들을 명상으로 안정시켰고, 구조대 도착 이후에는 빈사 상태의 몸으로 맨 마지막 구조 순번을 자청했다. 그의 살신성인의 태도를 보면서 승객을 놔두고 먼저 탈출했던 세월호 선원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그렇다면 탐루엉 동굴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겠나. 찬따웡 코치와 구조작업을 하느라 사투를 벌이다 최후에 빠져나온 4명의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이 바로 그들일 듯싶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를 다한 그들 덕분에 태국의 국격까지 높아졌으니….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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