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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한 재계고위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인 '소득 양극화' 해소는 동감하지만, 방법이 좀 다양했으면 한다"라는 말을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방법으로 우리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대 수준(2015년 기준 43.2%)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12.2%)보다 낮으니, 재정을 더 풀어 없는 이들에게 분배해도 효과는 동일하다고 했다. 동감했다. 맞다고 생각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GDP 기준)이나 고령사회 진입 등 특정 시점에서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냥 넘겼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의 발언의 함의는 결국 '못사는 사람들 도와줘야 하는 것 맞지만, 그 부담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져야한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부는 돈이 어디서 나올까 싶었다. 결국 이 사회를 기반으로 기업해서 돈을 버는 이들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에게 제 몫의 세금을 내도록 만들려면 법인세 과표를 보다 촘촘히 만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견해에 이 고위관계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몹시 궁금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보니 기회가 온다면, 이 질문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 질문에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세도 물론 올려야 한다. 그리고 사실 문재인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고소득 과표구간을 세분화해 최고구간 세율이 40%에서 42%로 인상하기도 했다. 그 역시 추가로 세금은 납부해야 하는 사람이니, 무척 고무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인세'라는 단어에 그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앞선 법인세 인상 이슈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심했는지 알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법인세를 올리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이유를 앞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법인세 과표를 차등해서 올리면 좋겠다는 답변을 기대했던 내 바람은 깨졌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42%다. 이에 비해 법인세는 25%다. 개인이 소득이 많아봐야 조단위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기업보다 많을 순 없다. 조세형평성에도 이미 어긋난다. 케케묵은 논쟁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 같아 머쓱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것도 사실이다. 재계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소상공인의 부담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그 부담을 정부로 돌릴 작정이라면, 법인세 최고세율에 대한 과표를 재조정하는 게 정답이다. 그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겠나. 정부라고 세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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