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초래 가능성
【 서울·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유가가 올해 상반기 20% 넘게 오르면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CNBC 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앞서 다섯차례 미국 경기침체 모두 유가 상승에 뒤이어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달 초 투자회사 샌포드 C 번스타인은 유가가 향후 몇 년에 걸쳐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날 유명 석유애널리스트이자 에너지헤지펀드 어겐캐피털의 파트너 존 킬더프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사상 최고치,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지난 주말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하고, 이에 맞서 미국이 이란에 전쟁을 시사하고 나서는 등 양측의 갈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
시작은 이란이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했다. 오는 8월 6일 1차 경제제재, 180일 뒤인 11월 4일 2차 경제제재를 앞두고 경제난으로 이란 민심이 요동치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도 로하니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견해를 지지했다. 이란의 반발에 미국도 전쟁 경고로 맞대응에 나섰다. 킬더프는 우선 이란 석유금수가 시작되면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향해 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이 11월 4일 발효되는 이란 석유금수와 관련해 사안별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예외 적용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어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서거나, 아니면 해협 봉쇄로 미국과 이란이 무력충돌하게 되면 이 같은 전망은 휴지조각이 된다. 킬더프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수차례 이어지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이 악화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면 유가에 고삐가 풀릴 것"이라면서 "유가는 하늘로 치솟게 돼 150달러나 200달러 어떤 가격도 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유가상승, 경기침체 초래"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가파른 유가상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경기침체를 불러왔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2020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올해 유가가 치솟기 전 28%에서 34%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믹 아웃룩그룹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버나드 바우몰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125달러, 150달러가 되면 심각한 고통 한계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글로벌 성장이 후퇴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중대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유 생산 증가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뉴욕시간으로 오후에 소폭 하락해 미국산 원유가 배럴당 68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3달러 선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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