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100만%에 이를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했다. 물건을 사려면 손수레에 돈을 싣고 다녀야 했던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최고 796억%에 이르렀던 1990년대말의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나란히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 서반구부문 책임자 알레한드로 베르너는 IMF 웹사이트에 올린 블로그에서 베네수엘라가 사상 최악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가운데 하나로 등재될 것이라면서 올해 100만% 물가상승률을 예상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매장량 규모로 세계 최대 원유가 묻혀 있는 산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 멤버이다.
그러나 경제 실정과 부패로 석유생산에 차질을 빚고 산유량이 급감하면서 경제가 사실상 붕괴됐다.
물가 폭등세 속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오래전부터 공식 물가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베르너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올해에도 18% 마이너스 성장을 해 3년 연속 두자리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IMF가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베네수엘라의 사회위기 악화는 이미 수만명의 빈곤 탈출 난민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변국들에 더 큰 피해를 미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 100만%는 지난 4월 IMF 전망에 비해 급격하게 높아진 수치다. IMF는 4월 베네수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1만3000%로 예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수년째 높은 상태를 지속해왔지만 지금 같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올해 본격화했다. 올들어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매달 50% 넘게 폭등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정의를 충족했다.
정부와 달리 지금도 물가통계를 발표하는 야당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국회에 따르면 6월 한달 동안의 물가상승률은 128.4%로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4만6305%가 된다.
국회 통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물가는 매일 3% 가까이 올랐다.
국회의 물가지표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니콜라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가 미국 주도의 ‘경제전쟁’과 경제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 근본 원인은 잘못된 경제정책과 부패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베네수엘라는 화폐 액면절하(리디노미네이션) 계획도 갖고 있다.
다음달 4일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를 1000대 1로 액면절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경제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새 화폐를 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액면절하 계획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연구하고 있는 존스홉킨스대의 스티브 행크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대개 오래 가지 않았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2차 대전 직후 헝가리, 1990년대 말 짐바브웨, 1989년 세르비아의 경우로 헝가리는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14시간마다 물가가 2배로 뛰었다.
대개 이 같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단기에 그치지만 2차 대전 중 그리스, 1980년대 후반 니카라과 등에서는 매달 물가가 50% 넘게 오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수년씩 지속되기도 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경제정책 변화나 정권 붕괴 등 다양한 계기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조만간 가라앉을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대응이 잘못되면 수년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통받아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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