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엔지니어링, 영업비밀침해 소송서 2심도 승소

건축업자, 자신의 기술 무단 사용해 울산공장 공사했다며 소송
법원 "공사 특성에 맞게 기술 개량한 것에 불과하다면 영업비밀로 볼 수 없어"

한 건축업자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자신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업자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22부(이제정 부장판사)는 오모씨가 현대차와 현대엔지니어링, B사 등을 상대로 낸 특허권·영업비밀·저작권 침해 금지·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현대차는 2012년 4월 울산공장 의장라인을 증축하기 위해 철골건물의 증고·증축 분야 특허권을 갖고 있는 업자 오씨에게 공사 수행에 대해 문의한 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공사 준비에 돌입했다.

같은 해 6월 현대차는 B사와도 관련 공사 계약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고, 당시 시행사였던 현대엠코(現 현대엔지니어링)는 업체 선정 절차를 거쳐 B사에게 공사를 맡겼다. 이후 B사는 2012년 7월 공사에 착수해 8월 증축을 마쳤다.

오씨는 공사가 진행 중이던 그 해 7월 "의장라인 공사에 자신이 특허낸 공법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현대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공사에 활용하기 위해 작성한 설계도면을 현대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D사에 넘겨줬고, 결국 자신의 특허 기술로 공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더라도 특허의 구체적인 실현 기술인 '잭업' 기술을 사용해 공사를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또 "공사를 맡길 것처럼 정당한 기대를 줬으면서 교섭을 부당하게 깼다"며 4억8000만원의 손해를 물어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오씨의 특허 기술과 의장라인 공사에 실제로 시행된 기술은 서로 과제의 해결원리가 달라 특허권 및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차와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을 들어줬다.

또 부당한 계약 교섭 파기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처음부터 오씨에게 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업체 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필요한 설계도면 등을 작성했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출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부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씨는 영업비밀 침해 부분에 대해 불복해 항소했다.

2심에서 현대차·현대엔지니어링 측 변호인단은 "오씨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기술정보는 대부분 자신의 공법에 관한 주관적인 의견에 불과하고 구체적으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또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기술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상 정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 관리된 것도 아니어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2심 재판부도 오씨의 기술을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기술에 대해 "이 사건 공사 전에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거나 동종 업계의 기술자들에 의해 쉽게 도출될 수 있는 것"이라며 "원고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해 구축한 성과물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오씨의 기술은 의장라인 공사현장의 특수성에 맞춰 개량된 것들로서 오씨와 현대차, 현대엔지니어링 사이에 수차례 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는 협의과정에서의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할 뿐 공사 전 원고가 보유하고 있다거나 독창적인 성과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오씨가 2016년 6월 개인 블로그에 이번 공사에 사용된 자신의 기술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공개한 점도 그의 기술이 더 이상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없다는 판단에 근거로 작용했다.

현대차·현대엔지니어링의 1·2심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 임형주 변호사(40·사법연수원 35기)는 "이번 판결은 공지된 특허를 공사에 맞게 개량한 기술의 영업비밀 인정 여부에 관해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오씨의 변호인은 상고 기한의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6년을 끌어온 이번 소송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날 예정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