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국가주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주의 논쟁을 불렀다. 그는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먹는 방송(먹방)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이런 게 국가주의"라고 말했다. 국가주의 비판은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의 지론이다. 올 초 한 강연에선 "(시장을) 폐쇄하면 가상화폐가 사라지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것이 국가주의적 몽상이고 미몽"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시장 개입이 노무현정부보다 훨씬 강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다.
김병준의 국가주의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말하는 '박정희 패러다임'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최 교수는 "박정희식 국가 운영모델은 권위주의 시기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에도…헤게모니를 가졌던 국가의 운영원리이자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라고 했다('양손잡이 민주주의'). 보수든 진보든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가주의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신자유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시장 만능주의는 주체할 수 없는 탐욕으로 흘렀다. 그러자 시장, 곧 기업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너무 나갔다고 본다. 반면 진보 지식인들은 문재인정부가 개혁을 포기할까봐 걱정한다.
국가주의 논쟁에서 정답은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의 말 가운데 스웨덴 이야기만은 귀에 쏙 와닿는다. 김 위원장은 "스웨덴은 시장 자유도가 높다. 영리병원과 학원 다 허용된다. 그러니 시장이란 바퀴가 돈다"고 말했다. "시장은 불평등을 만들지만 나중에 조세로 걷어서 재분배하면 공평해진다"며 해법도 제시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에 관심이 컸다. 소득주도성장에 비하면 스칸디나비아식 복지국가론은 이론과 실증 모두 탄탄하다. 그냥 내버려두기엔 아깝다.
유시민 작가는 '국가란 무엇인가' 서문(개정신판)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국가와 시장의 경계선을 긋는 것 역시 시민의 몫이란 뜻이 아닐까.
[email protected] 곽인찬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