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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못참는 사우디, 加 자산매각 개시..서방측 "충격"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9 16:20

수정 2018.08.09 16:20

Saudi Foreign Minister Adel Al-Jubeir gives a press conference in the capital Riyadh on August 8, 2018. (Photo by Nasser al-Harbi / AFP)<All rights reserved by Yonhap News Agency>
Saudi Foreign Minister Adel Al-Jubeir gives a press conference in the capital Riyadh on August 8, 2018. (Photo by Nasser al-Harbi / AFP)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자산을 운용하는 외국 펀드매니저들에게 캐나다 주식, 채권 등 보유자산을 매각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국간 갈등이 심상찮은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펀드매니저들에게 “비용이 얼마가 들든지” 자산을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사우디 여성운동가인 사마르 바다위 체포에 대해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이 사우디 당국의 인권탄압을 비판하고, 바다위 석방을 요구하면서 불거진 양국 관계 경색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 개방개혁에도 비판은 못참아
사우디는 캐나다 대사를 추방하고, 캐나다와 신규 투자.교역을 중단했다. 또 캐나다에 유학생을 보내는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중단됐고, 국영 사우디항공(SAA)의 캐나다 운항도 금지했다. 의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에 자국 환자들을 보내 치료토록 하던 것도 중단해 자국 환자들을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 해 이날부터는 보유 중인 캐나다 자산 매각도 개시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외국 펀드매니저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운용하는 사우디 자산은 1000억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캐나다 비중은 “절대규모가 매우 작지”만 사우디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부국 사우디는 국제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중앙은행인 사우디금융청(SAMA)의 7월 현재 외국 자산은 5060억달러에 이른다. 대부분은 미 국채에 투자돼 있다.

또 연기금도 외국자산 운용규모가 상당하고, 테슬라.우버 등 세계적 기업들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SIF)는 250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매각은 이날 시작됐다. 사우디가 내정간섭으로 간주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 대응과 함께 자산매각 등 금융시장 영향력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후계자 구도를 확고히 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사우디의 석유의존적인 경제구조를 선진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고, 그 일환으로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에 대해서는 점점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동 외교정책에서 이견을 보였던 카타르를 쿠웨이트 등과 함께 봉쇄해버렸고, 사우디의 레바논 정책을 비판하고 사우디를 포함한 예멘 내전 관련국에는 무기 수출을 금지한 독일 정부의 조처에 대한 반발로 독일 기업들과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

카타르 봉쇄 판박이···"투자자 멀어질 것"
자국 여성운동가 구금에 관한 캐나다의 비판으로 불거진 외교경색, 자산 매각 등 조처는 지난해 카타르 봉쇄 판박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사우디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카타르 자산을 매각할 것을 지시했고, 카타르 수도 도하의 증시도 사용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이 같은 대응은 그렇지만 투자자들을 사우디에서 멀어지게 하는 주된 요인들로 지목된다. 지난해 반부패를 핑계로 한 왕자들을 포함한 고위급 300여명 구금은 후계구도 강화의 발판이 됐지만 투자자들이 사우디의 경직된 사회구조를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고, 카타르 봉쇄와 이번 캐나다 자산 매각은 투자자들이 사우디 투자를 재고하도록 만드는 사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한 신흥시장 주요 투자자는 FT에 “이 같은 일련의 (사우디의) 대응들은 사우디 사업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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