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으로는 수익 한계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서 화학사업 비중 43%로 상승
GS칼텍스, MFC 설비 확대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서 화학사업 비중 43%로 상승
GS칼텍스, MFC 설비 확대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석유 71%, 화학 20%다. 지난 2000년 석유사업 매출비중이 78%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17년 동안 석유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포인트이상 감소한 셈이다. 영업이익 측면에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정유회사로 보기 어렵다.
■정유사, 너도나도 'NCC'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이익구조를 갖추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화학사업에 4조6683억원을 투자했다. 2011년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세우고 37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간 23만t의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넥슬렌' 공장을 지었다. 2013년엔 중국 시노펙과 손을 잡고 1조1550억원을 투자해 중국 우한에 중국 NCC를 건설했다. 2014년엔 인천과 울산에 각각 1조6000억원, 9600억원씩을 투자해 파라자일렌(PX) 생산공장을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14만t에 달한다. 합성섬유나 페트병의 기초 재료로 쓰이는 PX생산량은 국내 1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석유화학시장에서 LG·롯데와 함께 '톱3'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미국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전문지 'C&EN(케미칼·엔지니어링 뉴스)'는 세계 화학기업을 선정하며 이 회사를 '글로벌 톱 50' 화학기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다른 정유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정유업계 2위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완공 예정인 MFC(Mixed Feed Cracker)에서 연간 에틸렌 70만톤과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올레핀을 생산하는 설비로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등이 보유한 NCC의 일종이다. 다만 납사 외에도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설비다.
지난 10년 간 벤젠과 PX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려온 에쓰오일은 최근엔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 시운전에 들어간 상태다. 하루 7만 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잔사유고도화시설과 연산 40만5000t의 폴리프로필렌(PP) 및 연산 30만t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함께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5월 롯데케미칼과 함께 현대케미칼을 설립, 2조7000억원 규모의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변신의 이유는? "수익성"
정유사들이 이처럼 화학기업으로 변신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정유 사업은 국제 유가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실적 부침이 심한 반면 고부가가치 화학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국제 유가가 폭락하자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3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LG화학 등 순수 화학사들은 약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시황이 좋아도 영업이익률이 1%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화학사업은 영업이익률이 10%대에 달해 수익성이 좋다"며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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