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일자리정책이 빼먹은 한가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16:45

수정 2018.08.21 16:45

[이구순의 느린 걸음]일자리정책이 빼먹은 한가지


블록체인·암호화폐의 부상과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있다. 스위스의 가장 작은 주로 알려진 주크다. 2013년 크립토밸리를 선언한 주크는 세계 블록체인 기업들이 법인을 세우고 싶어하는 1위 도시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몰려드니 연관산업인 금융, 법률, 회계, 정보통신기술(ICT) 등 고부가가치·고임금 기업이 함께 몰려들고 있다. 수시로 다국적 회의가 열리면서 관광, 전시산업도 성장세다. 주크에는 블록체인과 연관산업으로 11만개 가까운 새 일자리가 생겼다.
주크의 전체 인구가 12만9000여명이라니 일할 사람보다 일자리가 많은 셈이다.

쇼크에 가까운 7월 고용 성적표에 온 나라가 충격을 받았다.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도 따갑다. 정부는 내년에도 예산을 더 풀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풀면 일자리가 늘어날까? 그 일자리가 지속될 수 있을까?

음식배달도 할 수 있고 커피도 내리는 로봇이 시중에 싼값으로 나와 있다. 식당 주인들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관리하기 힘든 사람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로봇을 들이는 편이 속 편하단다. 대형 생산라인에 관리직원 한두 명이면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스마트공장 기술도 이미 보편화됐다. 공장 사장도 사람보다는 스마트공장에 투자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들은 직원을 못 구해 아우성이다. 갈수록 일은 늘어나는데 오겠다는 사람이 없단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유흥업소와 동급으로 분류하는데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취업하러 올 리가 있겠느냐고 하소연한다. 블록체인 기술기업으로는 법인통장도 만들 수 없다. 은행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아예 법인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법인 설립을 미루고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정책의 한 축을 담당할 간단한 답 하나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필요한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해주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기업들은 정부가 허락만 해주면 당장이라도 직원 고용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무슨 근거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단정했는지 묻고 싶다. 스위스 주크는 암호화폐 산업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는데 스위스와 한국 정부의 너무 다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일자리가 있는 신산업에는 법인조차 설립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존 산업에는 세금을 들이붓는 정책으로는 지속적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일자리정책에서 진짜 중요한 한가지를 빼놓고 있는 것 아닌가 심도 있게 고민해줬으면 한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해야 자연스럽게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 말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신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그 점 말이다.

cafe9@fnnews.com 디지털뉴스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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