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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췌도로 당뇨병 치료 가능해지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3 16:13

수정 2018.08.23 16:13

간문맥으로 췌도 세포 넣으면 세포 생착해 인슐린 분비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단, 국제 가이드라인 충족하는 전임상시험 지난 6월 성공
돼지 췌도로 당뇨병 치료 가능해지나

돼지 췌도를 사람 몸에 이식해 당뇨병의 근본적으로 치료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면 세계 최초로 국제수준을 준수하는 이종 이식 임상시험이 성공하는 것이다.

박정규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사진)은 2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업단의 연구기간인 2019년 5월 이전에 1형 당뇨병 중증환자 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돼지 췌도 이식, 저혈당 사망 위험 환자 대상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이 아예 분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췌도는 췌장에 섬 모양으로 존재하는 내분비샘 세포 집단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곳이다. 하지만 인슐린은 단백질이어서 입으로 복용하면 위 안의 강한 산성에 의해 분해된다.
이 때문에 주로 피부 아래의 지방층에 주사하게 된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식사를 할 때마다 인슐린을 투여하기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영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이 식사량과 인슐린 양을 매번 잘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저혈당이 반복되면 혈당이 떨어지는 느낌에 대해 둔감해지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쓰러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췌도이식이 현재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사람의 췌도를 이식하려면 한 사람에게 2~4명의 사람이 췌도이식을 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돼지 췌도 이식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작은 크기로 개량한 무균 미니 돼지의 장기 크기는 인간의 장기와 비슷하고 임신 기간도 114일로 짧으며 한 배에 5~12마리가 출산한다.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오랜 시간 사람과 같이 지낸 동물이므로 치명적인 감염원을 보유할 가능성도 낮다.

서울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신준섭 교수는 "침팬지 등 영장류의 경우 사람과 근접해 감염의 우려도 있고 개체수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며 "현재 당뇨병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인슐린도 돼지 췌장에서 분리한 것이므로 돼지 췌도를 이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췌도 이식은 다른 장기이식과는 다르다. 간문맥을 통해 관으로 췌도 세포를 넣어주면 세포가 생착돼 인슐린을 분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소 마취만으로 이식이 가능하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김병준 교수는 "췌장에서 췌도 세포를 분리하는 기술이 더 중요한데 이 기술을 확보했다"며 "만약 환자와 췌도 세포가 잘 맞지 않으면 세포가 소멸하기 때문에 다시 세포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다른 장기이식과 마찬가지로 돼지와 사람의 이종간 이식이므로 면역억제제는 사용해야 한다. 국내에서 돼지 췌도 이식 대상 환자는 약 4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교수는 "돼지 췌도 이식이 실시되면 1형 당뇨병 환자와 2형 당뇨병 환자 중 20년 이상 당뇨병약을 복용해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사람이 대상"이라며 "현재 430만명의 당뇨병 환자 중 약 10%가 치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력 위해 주무부처 신설 필요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지난 2015년 11월 돼지 췌도를 이식 받은 당뇨병 원숭이가 최장 1000일까지 정상혈당 유지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올해 6월에는 임상적용 가능한 면역억제요법으로 이종 췌도 이식 임상시험 국제 가이드라인 충족하는 전임상시험에 성공했다.

박 단장은 "임상시험을 충분히 실시할 수 있는 면역억제요법으로 이종 췌도 이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이종이식 임상시험 실시에 대해 세계 학계에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이종 췌도 이식 임상시험을 위해 오는 9월 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이종 각막 및 캡슐화췌도 이식 임상시험 실시를 위한 기관 IRB는 각각 2017년 4월, 2018년 2월 승인받았다.


박 단장은 "IRB를 통과하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글로벌 치료법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에서 승인을 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생 의료산업과 관련된 과를 신설해 국제 수준의 이종 이식 임상시험이 성공하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임상시험 주관부처 선정을 위해 오는 29일 서울대의대에서 공청회를 개최해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또 이종이식 임상시험 국제전문가 심의회를 오는 10월16일 개최해 국제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회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계자를 초청해 이종이식 임상시험계획에 대해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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