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초가집도 견뎠는데” 태풍만 오면 뚫리고 비새는 공공시설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5 04:47

수정 2018.10.08 16:44

준공 5년 된 제주복합체육관, 강풍에 취약…지붕 파손 세번째
복구비만 수십억원…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도 부실시공 ‘도마’
원희룡 지사 “땜질식 아닌 근본적인 보수보강공사 추진” 지시  
태풍에 날아간 제주 복합체육관 지붕.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관통한 23일 제주 종합체육경기장 복합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강풍에 날아갔다. 복합체육관의 지붕 파손은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연합뉴스]
태풍에 날아간 제주 복합체육관 지붕.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관통한 23일 제주 종합체육경기장 복합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강풍에 날아갔다. 복합체육관의 지붕 파손은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연합뉴스]

[제주=좌승훈기자] 24일 태풍 ‘솔릭’ 피해 현장 점검에 나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내 공공시설물은 강풍과 호우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 실정에 맞는 안전성과 실용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백억원을 들인 공공시설물이 강풍이 잦은 제주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전반적인 시설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은 지 5년도 안된 제주시 오라동 제주복합체육관을 두고 한 말이다. 김만덕 객주터를 비롯해 초가로 된 지붕들도 견뎠기에, 부실공사 논란이 불거질 만하다.

제주복합체육관은 강풍 때마다 어김없이 천장에 구멍이 뚫리고 지붕이 날아간 게 벌써 세번째다.

제주복합체육관은 보통 돔 형태의 체육관 지붕과 달리 돌출형 신공법으로 순간최대풍속 50㎧까지 견디도록 설계했다지만 30㎧ 수준의 바람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물바다 된 제주 복합체육관.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관통한 23일 제주 종합체육경기장 복합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강풍에 날아갔다. 체육관 관계자들이 내부로 쏟아져 들어온 빗물을 빼내고 있다. [연합뉴스]
물바다 된 제주 복합체육관.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관통한 23일 제주 종합체육경기장 복합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강풍에 날아갔다. 체육관 관계자들이 내부로 쏟아져 들어온 빗물을 빼내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번 태풍에 승객 대기실과 면세점 등 천장 누수 지점이 10여 곳이나 된다.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은 2014년 3월 준공됐다.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9914.29㎡ 규모로 150억원(국비 45억원·지방비 105억원)이 투입됐다.

건축 당시 디자인상까지 수상한 곳이지만, 준공 석 달 만에 강풍으로 건물 남측 지붕이 뜯겨져 나갔다.

더욱이 설계 기준 풍속인 40㎧보다 높은 50㎧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수보강공사를 했음에도 2년만인 2016년 10월 태풍 ‘차바’로 천장 중앙에 가로 40m·세로 40m의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지난 4년 간 복구비만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원희룡 지사가 24일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 지붕 파손 현장을 방문, 시설물 전면 진단을 통한 보강공사 계획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원희룡 지사가 24일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 지붕 파손 현장을 방문, 시설물 전면 진단을 통한 보강공사 계획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2015년 7월 준공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은 413억원이 투입됐다. 크루즈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 연안여객들도 이용하는 제주항의 상징이다.

이곳도 개장한 지 석 달 만에 스프링쿨러가 파손돼 대합실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이 천장 누수 피해는 이번 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이전에도 시공업체 측에 2~3차례 보수보강공사 시행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제주도는 기존 강판 형태의 지붕 시공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교체 수준의 근본적인 보수보강공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원희룡 지사는 이날 현장을 둘러본 뒤 “과거 보수보강작업까지 했다는데, 매번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가 뭐냐?”면서 “땜질식이 아닌 시설물 전면 진단을 실시한 후 보수보강공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보강보수공사가 우선이지만 원천적인 부실 시공이라면,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 소재를 따져 조치를 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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