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청산가치 밑돌아 살때다" vs. "PBR 1배만 보지마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7 17:08

수정 2018.08.27 17:08

'코스피 PBR 1배'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증시 반등 신호다..2008년 이후 네번 경험 청산가치 밑돌면 곧 반등, 코스피지수 2500 가능
악재 해결 안됐다..2016년 1월 PBR 0.93배 이후 1년 가까이 회복 못해, 대내외 불확실성 문제 여전
"청산가치 밑돌아 살때다" vs. "PBR 1배만 보지마라"

"청산가치 밑돌아 살때다" vs. "PBR 1배만 보지마라"


지난 1월 말 고점을 찍으며 하락하던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7일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장중 23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3거래일 연속 오르며 800선을 넘었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가 수그러든 데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둘기파(금리 인상 완화) 발언도 투자심리 호전에 한몫했다. 국내 증시가 7개월째 하락세를 보인 탓에 싸보이는 것도 주가 상승의 한 요인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는 코스피지수가 오르는 주요 이유로 거론되는 이유다. 코스피지수 PBR가 청산가치에 가까운 1배 수준에 머무르자 한국증시가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7개월 조정 코스피… 2500까지 반등 가능

우선 PBR 1배가 한국 주식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평가가 있다. 2300이라는 지수는 확정 실적 기준으로 PBR 1배 수준이다. 즉 최근 2200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한국 증시가 청산가치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단 의미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갑자기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지금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하면 차익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지수가 PBR 1배를 밑돈 이후 어떤 경향을 보였는지 참고해 투자 결정을 내리기를 조언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는 총 네 번에 걸쳐 PBR 1배를 밑돌았지만 모두 이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연구원은 "반등하기까지의 기간은 사례마다 상이했으나 공통적으로 경기가 중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상황에선 불확실성에 따른 투매로 인해 증시가 청산가치를 하회하게 되면 빠르게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대화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파월 연준 의장이 비둘기파 성향을 보이는 점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2020년 금리 인상 추세가 끝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1개월 전보다 비둘기파로 변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전 세계 중앙은행 수장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이런 인식 변화를 지지해줬다"고 전했다.

곽 팀장은 달러 약세와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증가로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 지수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올해 고점인 8월 14일 지수 대비 1.6% 떨어졌다. 곽 팀장은 "연준 내 위원들은 현재 중립 금리에 대해 2.5~3.0%가 적정하단 입장이란 점에서 2.5%에 닿게 되면 금리 인상이 잠시 멈춰질 수 있다"며 "달러 강세로 피해가 컸던 신흥국 증시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4분기의 낮은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성장도 전망된다. 곽 팀장은 "무역협상 과정은 면밀히 추적해야겠으나 지수가 단기로는 바닥을 통과했다고 보여진다"며 "지수 급락 이전 수준인 2450~2500선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예상했다.

■PBR 1배 하회 경험… 불확실한 변수 많아

코스피지수가 'PBR가 1배를 밑돌면 반등한다'는 속설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5년 8월부터 2016년 말에는 금융위기나 경기침체가 아니었음에도 PBR가 1배를 밑돌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이은 금리 인상, 정치적 위험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2016년 1월 PBR 0.93배를 기록한 이후에도 1년 가까이 PBR 1배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실질적인 경기침체가 전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내외 악재만으로도 코스피 PBR가 1배를 밑돌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반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는 모두 둔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기록한 이후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만을 보는 세계 경기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의 헛기침에 신흥국 위기설이 빈번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공 연구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며 "세계 거시 환경에 한국 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반등은 지수 낙폭이 큰 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단 의견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스피지수 반등이 추세 반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최근까지 코스피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던 무역분쟁, 달러 강세, 신흥국 경기와 금융 불안 등은 소강상태를 보일 뿐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BR 1배가 투자기시의 판단지표로는 부족하단 지적도 있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땐 PBR가 0.85배까지 내렸음에도 이듬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경기회복으로 코스피지수가 반등한 바 있고, 2016년 말에는 미국 중심의 이익 성장 모멘텀(동력) 강화로 세계 증시가 올랐지만 국내 증시는 12개월 목표 PBR가 1배 이하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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