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다시 영어공용화 논란으로 뜨겁다.
영어공용화론이 각국에서 고개를 든 지는 오래다. 세계화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하려면 필요하다는 게 주된 명분이었다. 우리는 수년 전 작가 복거일씨가 이를 제기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금기에 도전한 그의 '도발'은 다수 여론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지난 2000년 일본 정부의 한 자문기관도 영어를 제2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에 비해 영어 실력이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그러나 지금까지 일본의 여론은 반대론이 우세하다.
중화권의 기류는 한·일에 비해 복잡하고도 미묘하다. 화교 인구가 절대다수인 싱가포르는 결과론이지만 영어공용화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빈곤에서 벗어나 부국으로 발돋움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중국 본토에서도 한때 중국어, 특히 자획이 번다한 한문이 정보기술(IT)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1983년 왕융민 교수가 중국어 컴퓨터 입력방식인 '우비즈싱(五筆字型)'을 개발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대만 공업총회 등 경제계에선 정부의 영어공용화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만에선 IT산업을 매개로 가속화하는 세계화 시대에 '단일 국어(중국어)'를 고수하는 데 따른 회의론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