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제지표 악화에 리라 폭락… 신흥국 통화 ‘하락 도미노’
하루만에 2.4% ‘뚝’ 내달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리라 추가 폭락 기로에 서
아르헨 페소 가치 사상 최저 올들어 45.3% 떨어져.. IMF에 구제금융 집행 재촉
터키 위기가 다시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리라가 2% 넘게 폭락하면서 신흥시장 통화들도 덩달아 가치가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경제개혁을 약속했던 우파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받기로 했던 구제금융 자금을 미리 달라고 재촉했다.
터키 리라 추락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등 경제 펀더멘털 취약성이 근본 배경이지만 미국과 갈등에 따른 경제제재, 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인식에 따른 정책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터키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과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축소, 재무장관의 근거없는 자신감 등이 다시 리라 급락 방아쇠를 당겼다.
■터키 리라 폭락 다시 시동?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리라는 이날 달러에 대해 2.4% 급락해 6.4리라로 가치가 떨어졌다. 이달 중순 기록한 사상최저치인 달러당 7.2149리라를 향해 다시 하락세 시동을 걸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날 하락으로 올들어 리라 낙폭은 41%에 이르게 됐다. 리라 하락은 신흥시장 통화로 곧바로 번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가 1.2% 하락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탔던 멕시코 페소도 0.4%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흥시장 통화 흐름을 나타내는 모간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0.5% 밀려 올들어 낙폭이 2%에 육박하게 됐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리라 급락 방아쇠를 당긴 건 경제지표 악화였다. 터키통계청(TSI)이 이날 발표한 가계와 기업 심리지수가 7월 92.2에서 8월 83.9로 10포인트 가까이 미끄러지면서 터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소매업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주요 산업 모두에서 자신감이 감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의 리라 폭락, 금융시장 불안이 터키 실물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음을 방증한다.런던 자산운용사 블루베이의 시장전략가 팀 애슈는 "매우 심각한 경착륙을 예고하는 뚜렷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 불신만 키우는 터키 중앙銀
시장 분위기는 전날인 28일 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터키의 18개 은행들과 2개 금융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악화된 상태였다. 무디스는 "터키 은행들의 외화 자금조달 의존이 매우 높다"면서 "이로 인해 은행시스템이 투자자 심리 변화에 매우 민감히 반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장 심리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터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CBRT)이 각각 또 한 번의 직격탄을 날렸다. 이달 중순 리라가 폭락한 뒤 시중은행에 필요할 경우 무제한 자금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CBRT는 돌연 자금지원에 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은행들의 단기 자금지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시장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재집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인상은 경제에 충격을 준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터키 정부의 잇단 정책 오판과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 속에서 다음달 3일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리라 폭락세 재연의 또 다른 갈림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 구제금융 조기 집행 요청
이런 가운데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의 경우 페소 가치가 재정적자와 맞물려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페소 가치는 29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해 전일 대비 7.62% 폭락, 달러당 34.20페소까지 떨어져 전날 세웠던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페소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19% 내려갔으며 올해 들어 45.3% 떨어져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많이 추락했다.
지난 2015년에 12년간의 좌파 정부를 끝내고 취임한 중도 우파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각종 개혁을 단행했지만 경제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마크리 정부는 결국 지난 6월 IMF로부터 5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우선 150억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불신은 구제금융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249억달러 규모의 외채를 갚아야 하며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적자는 74억달러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여기에 최근 터키 외환 위기로 인해 신흥시장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다시 위기에 처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29일 연설에서 IMF 측에 앞서 신청한 구제금융 자금을 빨리 달라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마크리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단계적 도입 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