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환자 중심 의료문화 정착되길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30 17:21

수정 2018.08.30 17:21

[특별기고]환자 중심 의료문화 정착되길


사람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까. 의료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이 당연히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양질의 의료를 구현하려면 진료 결과가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청결하고 안전한 환경, 투약-검사-처치 등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 위로와 공감의 표현 등 환자 중심적인 방식으로 진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중심 의료문화는 2000년대 이후 보건의료체계의 주요 이슈이자 의료의 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미 여러 선진국들이 의료체계의 성과 평가에서 '환자 경험'을 필수 영역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대형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조사 및 개선활동이 있었다.
하지만 기관별로 조사 내용과 방법이 다르고 조사 결과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했다.

이번에 최초로 실시된 환자경험평가는 500병상 이상 95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도구와 조사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병원 간 서비스 수준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하겠다.

심평원은 평가영역별로 전체 병원의 평균점수와 최고점수를 해당 병원의 점수와 함께 공개함으로써 병원 줄세우기를 피하려고 노력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개별 병원의 점수를 통해 영역별로 순위를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도된 병원은 이를 병원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병원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등 병원들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 같은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앞으로 병원들이 서비스 개선에 더욱 관심을 가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 언론처럼 점수로 병원 순위를 발표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보도방식의 부작용도 있다고 본다. 모든 표본조사에는 표본 추출과 측정 과정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차범위 내의 작은 차이에 대해 무리한 해석을 하면 독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에 따른 기관 간 비교는 통상적인 여론조사 발표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신뢰도 수준과 오차범위를 고려해 평균값을 중심으로 상, 중, 하 정도로 구분해 제시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모든 평가영역이 80점 이상으로 비교적 높았다. 특히 간호사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에 '불만 제기의 용이성'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회진시간 관련 정보 제공' '질환에 대한 위로와 공감' 등에 대한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경험평가는 앞으로 대상 기관을 중소병원과 의원으로 확대하고, 입원환자뿐 아니라 외래환자에 대한 평가도 포함시키는 등의 숙제가 남아 있다.
부작용 없는 약이 없듯이, 새 제도의 도입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환자경험평가 역시 앞으로 순기능을 최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이번 조사의 목적인 환자 중심 의료문화가 더욱 빨리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일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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