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음달 20일로 다가오면서 아베 총리의 독주에 맞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우파 진영의 핵심인물인 시게루 전 간사장은 비록 도쿄에서 아베 총리의 파벌에 밀리고 있지만 지방 민심을 모아 아베 총리의 독주를 막으려 들 것으로 보인다.
1957년 2월 4일에 일본 돗토리현 야즈군에서 태어난 시게루 전 간사장은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50~70년대 4번이나 돗토리현 지사를 역임하고 1980년에 일본 자치상을 지냈던 이시바 지로의 장남으로 태어나 게이오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1979년에 미쓰이스미토모은행(당시 미쓰이은행)에 입사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981년에 부친이 타계한 이후 부친의 친우였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권유로 정치에 뜻을 품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8년에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했으나 아소 다로 전 총리에게 압도적으로 패했지만 2012년 총재선거에 다시 출마해 아베 총리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자민당 총재는 지방당원과 중·참의원(상원)들의 투표를 합산해서 뽑는데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선거 당시 전체 498표(지방 300표·의원 198)가운데 199표를 얻어 아베 총리(141표)를 꺾었다. 그는 이후 의원들만 참여하는 결선투표에서 19표 차이로 아베 총리에게 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5년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오는 9월 총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에는 지방과 의원에 각각 405표씩, 총 810표가 배정됐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가 되며 자민당 내각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해 2021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일본 내에서 우파이긴 하지만 '현실주의자'로 불리고 있다. 그는 2012년 총재 선거 당시 집단자위권 확보와 일본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해병대 신설 등을 주장하며 안보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시바 전 간사장은 과거 태평양 전쟁에 대해 정부가 지는 전쟁에 국민들을 내몰았기에 관련 인사들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납득할 때 까지 위안부 문제를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개헌 문제를 두고 아베 총리와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평화헌법 9조에서 전쟁포기를 명시한 1항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2항에 이어 자위대의 근거를 인정하는 3항을 추가하자는 입장인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2항과 3항을 동시에 두는 것이 모순이라고 본다. 그는 2항 삭제를 요구하면서 이를 위해 국민적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며 아베 총리가 개헌을 독단적으로 몰고 간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 당장 판세만 보자면 아베 총리가 유리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6일 보도에서 설문조사 결과 자민당 의원 405명 중에 70% 이상이 아베 총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미 승리를 예상하고 최대한 압승을 거둬 3연임을 정당성을 증명하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지율은 각각 39%와 31%로 나타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도쿄 정치권에 싫증난 지방 민심을 잡을 수 있다면 역전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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