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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골 세리머니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3 16:57

수정 2018.09.03 16:57

2018 아시안게임이 끝났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다양한 골 세리머니가 금메달 못지않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골 세리머니는 축구 등 구기종목 경기에서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는 행위이다. 순우리말은 기쁨짓이다. KBS-상상우리말 더하기에서 시청자 투표 1위에 뽑힌 우리말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이승우 선수는 지난 1일 결승에서 연장 전반 골을 터뜨린 후 광고판 위에 올라서는 세리머니를 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밟고 올라선 광고판은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 우리 축구팬들의 한일전 감성을 자극해 더욱 화제다.
그는 준결승전인 베트남과의 경기에서도 골을 넣은 후 귀 옆으로 손을 가져가는 세리머니를 했다. 아시안게임 전 참가했던 모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서 사회자(MC)들이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에 대한 화답이었다.

황희찬 선수도 헤딩 결승골을 넣은 후 일본 응원단 앞을 산책하듯 뛰어갔다. 2010년 일본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골을 넣은 뒤 일본 관중을 바라보면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의 '산책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 선수가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넣자 어퍼컷을 날렸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 당시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다.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인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라오스 야구대표팀이 1승을 거두면 수도 비엔티안의 대통령궁 앞에서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아쉽게도 1승을 못해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그는 라오스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를 주고 싶어서 공약을 걸었다고 밝혔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이승우 선수를 보고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손흥민 선수가 치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공을 가로채(?) 슛을 날렸다. 옛날 같으면 대선배의 공을 가로채 슛을 날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스무살 신세대의 자신감 넘친 플레이다.
과거 운동선수들은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가해지는 코치진이나 선배들의 체벌을 무서워했다. 죽기 살기로 뛰지만 창의적 플레이가 나오지 못한 이유다.
신세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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