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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기술이 만든 혁명, 사피엔스의 미래는?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 김영사

[책을 읽읍시다]기술이 만든 혁명, 사피엔스의 미래는?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끄는 유례없는 혁명기, 인류는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불어닥칠 변화는 너무나 심대해서 삶의 기본 구조마저 바꿔놓을 것이다. 기술적 진보라는 공시적 환경과 역사라는 통시적 조건을 통합적으로 고찰해 문명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전작 '사피엔스'가 인류 탄생의 흔적을 뒤쫓았고, 후속작 '호모 데우스'가 신이 되려는 인간이 새겨갈 '진화의 지문'을 미리 내다봤다면 이 책은 '통찰'의 눈으로 더 나은 오늘을 위한 해법을 제안한다.

이 책은 종횡무진 인류의 시작을 추적하고 끝을 가늠해봤던 저자가 갈림길에 선 지금 여기의 사피엔스에게 던지는 엄숙한 제언이다. 과거와 미래에 이어 '인류 3부작'을 완결하는 인류 문명의 이정표다.

이 책은 현대사회를 과학기술, 정치, 종교, 교육 등 21가지 테마로 나눠 지구촌 상황을 횡으로 조망한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자유주의의 실추와 디지털 전체주의의 부상, 데이터 소유에 따른 불평등 심화, 복잡하게 교차 갈등하는 정체성 문제, 민족주의와 종교적 근본주의의 부활, 탈 진실시대와 대안으로서의 세속주의가 지니는 장점과 한계, 지식과 윤리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겸손의 문제 등 떠올려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공동의 관심사들이 총망라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미 세계화된 지구촌에서 민족국가 차원의 대응으로는 전 지구적 현안을 타개할 묘책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태평양의 섬나라 하나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의 호응이 없다면 바닷물에 잠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유전공학을 금지한다고 해도 중국 과학자들이 하는 연구까지 막지는 못한다. 경제와 과학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개별 국가 단위로 쪼개기보다 정치를 세계화하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해법일 것이다.

저자는 또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실상 생화학적 매커니즘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개인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세계관이 알고리즘에 잠식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셈이다. 정보와 힘을 분산해 효율을 높였던 종래 민주주의 시스템은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면 중앙 집중 체계로 재편될지도 모른다. 기계학습은 분석할 정보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지게 마련이고 막대한 양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파시즘, 공산주의 등 여러 이데올로기들과의 싸움을 평정하고 지금의 질서를 만든 자유민주주의가 효력과 신뢰를 잃고 있는 이때 새로운 대안적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mail protected]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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