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전 세계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확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종의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돼지에게 감염되는데 아직까지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으며 발병 시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ASF 바이러스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직접 접촉 외에 농장일꾼들의 오염된 신발이나 옷, 장비 등에 의해 빠르게 전파되고 열과 낮은 온도에서도 잘 견딘다.
확산을 막으려면 인근 지역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하므로 해당 국가의 양돈산업에 큰 타격을 준다.
유럽에서는 2014년 1월 리투아니아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었다. 이어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체코, 루마니아, 헝가리 등으로 퍼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몰도바에서도 발병 사례가 나왔다.
문제는 아시아권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대한 공포가 번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돼지 사육 및 소비국인 중국에서 발병 및 확산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동북부 랴오닝성 선양의 한 농가에서 처음 ASF가 첫 발견된 뒤 동부 연안지역까지 퍼지면서 총 6곳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 이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산 24만t을 수입했다며 러시아산 유입 과정에 ASF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하순 중국을 다녀온 여행객이 국내로 가져온 가공육품(순대.만두)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돼 정부당국의 검역도 강화된 상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ASF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해 양돈농가가 초토화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돼지고기 생산 및 소비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ASF 확산을 막는 데 구멍이 뚫릴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돼지고기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4만여마리 돼지를 살처분하는 한편 발병지역의 산 돼지와 돼지고기가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일부 해외매체에서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아직까지 돼지고기 가격은 견고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번 ASF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내 경제에 타격이 우려되는 와중에 ASF 확산에 따른 돼지고기 파동이 일어날 경우 국내 여론이 더욱 험악해질 수 있어서다.
jjack3@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