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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암호화폐 거래소, 무법천지로 내버려 둬서야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6:38

수정 2018.09.10 16:38

[차장칼럼] 암호화폐 거래소, 무법천지로 내버려 둬서야

최근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 '가두리 펌핑'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특정 암호화폐의 입출금을 막으면 갑자기 이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생긴다. 입출금이 제한된 상황에 특정 세력이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늘리면서 시세가 급등하는 것이다. 이를 투자자들은 '가두리 펌핑'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시세조작 행위로 볼 수 있다. 가두리 펌핑으로 150원이던 한 암호화폐는 단기간에 7000~80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법률로 규제받는 주식시장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들이 현재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세조작 세력들이 시세를 조작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조작인 걸 알면서도 이익을 얻기 위해 뛰어드는 모습. 도박장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지 않은가.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가 원활히 구동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지금 일부 거래소의 행태는 차라리 암호화폐 없이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거래소들이 스스로 벤처기업 업종 지정 제외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 만난 한 거래소 대표는 "거래소들의 자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처럼 '가두리 펌핑'을 방조한다면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아닌, 매서운 칼날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만든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거래소에 대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김진화 전 코빗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목이 아프도록 외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정부는 수개월 동안 거래소를 방치했다. 누구나 통신판매업으로 신고만 하면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 '한탕주의'를 노린 거래소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정부는 이제라도 거래소를 관리해야 한다.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보안에 대한 투자, 상장기준 투명화 등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정부는 마치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암호화폐 거래를 장려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암호화폐 논란은 뒤로 미뤄두더라도 이미 수많은 국민이 이용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대로 놔두는 것은 국가로서 자격미달이다.

jjoony@fnnews.com 허준 블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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