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들..범칙금 2배 ‘실버존’을 아시나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5 09:00

수정 2018.09.15 09:00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 10명 중 5명은 노인
노인 보호 위해 2008년부터 실버존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몰라
실버존, 제 기능 못해 노인 안전 위협..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확대해야
# 지난해 2월 인천에서 80대 노인이 노인 보호구역 내 차로에서 우회전하던 관광버스에 치였다. 우측 다리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쳐 수술을 했지만 몸 상태가 악화된 노인은 입원 치료를 받다가 사고 발생 7개월 만에 결국 숨졌다.

노인(65세 이상)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노인 호보구역(실버존)이 시행되고 있지만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노인 교통사고는 연평균 34,564건이 발생했으며, 1,791명이 사망하고 37,02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진 노인 사망자 비율은 심각했다. 2012년~2016년까지 노인 보행자 사망자 수는 ▲2012년 959명(47.3%) ▲2013년 951명(48%) ▲2014년 (48.1%) ▲2015년 909명 (50.6%) ▲2016년 866명 (50.5%)으로 매년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 10명 중 5명은 노인이라는 것이다.

실버존은 스쿨존과 달리 교통 표지판을 찾기 힘들어 지정되어 있는 곳을 알기 어렵다. 또한, 일반 도로에 비해 범칙금이 2배로 부과되는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교통약자인 노인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노인 보호구역에서 운전자는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인지 반응이 느린 노인들을 위해 급제동·급출발을 조심하고 주위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사진=이혁 기자
노인 보호구역에서 운전자는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인지 반응이 느린 노인들을 위해 급제동·급출발을 조심하고 주위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사진=이혁 기자

■ 노인 보호구역 2008년부터 시행.. 2018년 1,457개소 지정

2008년부터 시행된 실버존은 교통약자인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실버존은 ▲노인복지법 제31조에 따른 노인복지시설 중 행정 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시설 ▲자연공원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자연공원 또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도시공원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생활체육시설 ▲노인이 자주 왕래하는 곳으로 조례로 정하는 시설 인근에 설치된다. 주로 양로원,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 노인들의 통행량이 많은 구역이 지정된다. 운전자는 시속 30km 이하로 통행해야 하며 주정차가 금지된다. 노인 보호 표지판, 과속방지턱, 미끄럼 방지시설 등이 설치되며 지자체에서 지정 및 운영한다.

실버존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566개소 ▲2013년 626개소 ▲2014년 697개소 ▲2015년 859개소 ▲2016년 1,107개소 ▲2017년 1,299개소 ▲2018년 6월 기준 1,457개소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스쿨존(2017년 16,555개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 보호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옐로카펫. 옐로카펫은 보행자는 횡단보도에서 안전하게 신호를 기다리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쉽게 인식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다. /사진=이혁 기자
노인 보호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옐로카펫. 옐로카펫은 보행자는 횡단보도에서 안전하게 신호를 기다리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쉽게 인식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다. /사진=이혁 기자

■ 실버존 모르는 사람들.. 범칙금·벌금 일반 도로의 2배

실버존이 시행된 지 11년째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운전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실버존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내비게이션에도 실버존 알림음이 없어 어떤 곳이 지정되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모(34)씨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김씨는 “스쿨존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버존은 처음 듣는 용어”라며 “지자체의 홍보가 부족해 아쉽다”라고 밝혔다.

실버존은 일반 도로에 비해 범칙금과 벌점을 2배로 부과하며 단속은 휴일과 공휴일 관계없이 매일 오전 8시~오후 8시까지 적용된다.

통행금지 제한이나 주·정차 위반 8만원, 신호·지시 위반 12만원, 보행자 보호 의무 불이행을 하게 되면 횡단보도는 12만원, 일반 도로는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속도위반은 ▲20km/h 이내는 6만원, 20~40Km/h는 9만원, 40Km/h 초과는 12만원을 부과한다. 특히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신호·지시 위반을 하면 벌점 30점, 보행자 보호 의무 불이행을 하게 되면 20점을 부과한다. 속도위반은 ▲20Km/h 이내는 15점 ▲20~40km/h는 30점 ▲40~60Km/h 60점 ▲60Km/h 120점을 부과한다. 벌점 40점 이상이 초과되면 운전면허 정지가 되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수치가 아니다.

노인 보호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 표지판. /사진=이혁 기자
노인 보호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 표지판. /사진=이혁 기자

■ 실버존 늘리고 적극적인 홍보 필요.. 운전자 서행 운전 필수

교통사고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버존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실버존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뿐만 아니라 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등 부속시설을 설치해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아울러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규칙들도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만 부담하는 비용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노인은 시력과 청력 등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행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보행자들도 횡단보도를 편하게 건널 수 있게 깜빡깜빡 거리는 신호 시간을 늘려야 한다.
운전자는 실버존에서 급제동이나 급출발을 조심하고, 서행 운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실버존은 간혹 주차장으로 변질되고, 운전자들은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혈세로 만들어진 실버존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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