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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근로시간 단축제 걸림돌은 '구인난'.."제도 보완 필요"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6 13:26

수정 2018.09.16 17:49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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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제 도입을 앞둔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현재 상황에서 실효성있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들과 달리 수십년 동안 이어온 근로환경을 변화시키기란 버거울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언제 나올 지 모르는 '정부 보완책'만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사업주들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애로사항은 △특정 기간 장시간 근로 불가피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생산량·서비스 유지 시 근로시간 단축 어려움 △출퇴근 시간 관리가 무의미한 불규칙한 업무 수행 등으로 요약된다.

■현재도 일할 사람 없는 中企.."막막하다"
업종을 불문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구인난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를 이루는 중소기업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추가로 직원들을 더 뽑을 수 밖에 없지만,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윤수황 노무사는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채용을 더 하는 것외에는 해결책이 없는데, 중소기업은 지금도 구인난에 빠져있다"며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대비책에 아예 손을 못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취업 시장에서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에 고정 직원을 두기 어려워 구직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남은 근로자들이 추가로 근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부 사업주들의 경우 제도 도입 후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오면 당사자와 합의하는 '각개격파' 방법을 택하겠다는 극단적인 대응책도 염두해 두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특별연장근로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현행법상 2주(노사간 합의시 3개월) 이내 범위 내에서 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업종별로 현실성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령 정해진 인원이 하루 종일 배에서 수주간 일해야 하는 조선소의 해상 시운전 업무의 경우 주 52시간을 적용하기 불가능하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의 속성상 현행 근로시간 단축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들이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원칙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직무의 속성에 따라 제도의 현장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요건을 완화하고 경기의 변동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단위 기간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 상황 맞는 '예외적 규정' 나와야
특별연장근로의 제도개선도 같은 취지의 요구사항이다. 현행법은 회사가 근로자의 동의를 받으면 1주 최대 12시간인 연장근로 시간을 초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022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근로시간 단축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운영 기간도 길게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직무 특성상 숙련 인력의 연속 작업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선 근로시간 단축 예외 특례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된다.

윤 노무사는 "특례사업장에서 제외된 숙박 및 요식업 등은 구인이 어렵다. 모텔 청소부는 어딜가도 조선족이나 외국인 부부가 있는 게 관행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주 52시간제가 도입될 시 처벌을 각오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주의 형사처벌이 뒤따를 수 있는 현안인 만큼 회사의 미비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조계의 자문도 뒤따라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기업 스스로가 근로시간 단축제와 관련한 자체안을 만든 뒤 보완점에 대해 부분적인 자문을 받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치중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사업장마다 업종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상황을 변호사·노무사 등 전문가에게 '맞춤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모든 대안을 법무법인에 맡긴다면 비용이 많이들 수 있으니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안을 만들어 가져와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해주는 방식을 활용한다면 비용을 줄 일 수 있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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