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 층간흡연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주택 간접흡연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 현황’에 따르면 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2015년 260건으로 줄었다가 2016년 265건, 지난해 353건으로 늘었다.
올해 2월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아파트 실내 흡연이 금지됐지만 사실상 이를 단속하기 힘들다. 단속시 현장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목격해야 하고, 흡연 현장 발견시 행위자를 찾아내야 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사적인 영역이라 이를 적발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층간흡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항의·방문 등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주거침입 등의 이유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층간흡연으로 고통받는 주민들.."미세먼지 5분 내로 확산"
층간흡연 고통을 받는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가정 내 흡연 금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내에서 담배를 필 수 없게 법으로 제정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글 게시자는 "금연 아파트로 지정이 돼도 아래층 주민이 베란다, 화장실, 주방 등에서 매일 담배를 피고 있다"며 "담뱃재 때문에 방충망에 손상을 입고, 담배 연기 때문에 건강도 해쳤다"고 밝혔다. 이어 "비흡연자는 집 안에서 담배 냄새 없는 편안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경비원이 아파트 실내 흡연을 제재할 수 있지만 이는 명목상 '권고'에 불과하다. 용산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평소에도 주민들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누가 담배를 피는지 일일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특히, 층간흡연은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와 더불어 담배 연기로 인한 2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령 집 안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면 연기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환기구를 통해 퍼져 실내에 유해물질이 쌓일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심인근 연구사는 “흡연세대 위·아래 세대들 중 일부 세대만 환기시설을 작동시킨 경우 위·아래 세대 모두 미세먼지가 5분 이내로 확산돼 실내공기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금연 아파트에서도 층간흡연 문제 여전..지속되는 실효성 '논란'
금연 아파트에서도 층간흡연으로 인한 문제는 끊이질 않고 있다. 금연 아파트란 입주자 절반 이상이 동의해 공동 구역인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가운데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 구역으로 정하는 제도다. 주민이 자율적으로 금연분위기를 조성해 흡연율을 낮추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갈등을 방지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5만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집 안'은 금연 구역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금연 아파트가 도입된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까지 전국 금연 아파트에서 흡연자를 적발한 건수는 단 3건에 그쳤다. 법적 규제의 근거가 없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금연을 추진하기 때문에 '금연 아파트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9월 이후 사업 계획 승인 신청을 통해 새롭게 짓는 공동주택에 대해 '배기구 자동 역류방지 댐퍼'(배기구가 열리거나 전동 환기설비가 가동할 경우에는 열리고, 정지 시에는 닫히는 구조)와 '단위 가구별 전용 배기덕트'(세대 간 배기구가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설치)를 설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은 해당되지 않아 곤란해하는 주민들이 많다.
■외국의 층간흡연 대처 방법..美 유타주, 아파트 전체 금연구역화
외국은 층간흡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캐나다는 모든 공동주택 소유자의 금연규칙 채택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아파트, 콘도 등 공동주택 거주시 금연을 해야만 한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11년 8월 15일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같은 공동주택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07년 캘리포니아 주 벨몬트 시 정부는 시내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단독주택을 제외한 주거지역에서 흡연을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유타주는 한 아파트에서 다른 아파트로 담배 연기가 넘어가는 것을 '공해'로 인정한 법을 개정해 아파트 전체를 금연구역화했다.
오크랜드 또한 이미 85%의 아파트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카리바사스는 2010년 1월부터 전체 80%의 아파트와 콘도미니엄을 금연구역으로 하는 법을 제정해 실시하고 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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