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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도심에 임대’ 박원순 구상,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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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있는 곳에 공급'현실적.. 재건축 활성화도 병행하길

박원순 서울시장이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도심 복합개발 약방문을 내놨다. 박 시장은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 도심에 주거·상업·업무·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초고층 복합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곳에 청년·신혼가구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용 주택과 함께 중산층의 눈높이에 맞춘 양질의 직주근접형 임대 위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심 활성화와 주거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젊은 직장인이나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면 동네가 확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며 "도심 고층 주상복합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도시재생과 도심의 활력을 꾀할 수 있어 그야말로 '양수겸장'"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상업·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올리고, 공실이 늘어나는 도심의 신규 및 기존 업무빌딩에도 공공주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2023년까지 도심에서 3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그린벨트를 안 풀고도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박 시장의 설명이다.

서울의 집값 불안은 근본적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주택이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이번 도심 복합개발 처방은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박 시장이 맥을 제대로 짚었다.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요즘 직장과 거주지가 한곳에 있는 '직주근접형' 복합단지 개발이 대세다. 일본은 2000년대 초 도쿄 도심에 롯폰기힐스라는 복합단지를 개발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거문제도 일부 해결했다. 연간 관광객 3000만명이 몰리는 관광명소가 됐다.

박 시장의 바르셀로나 구상은 무엇보다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나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도심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집은 주거지역에, 상가와 사무실은 상업·업무지역에만 짓도록 하는 편가르기식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상업지역이나 업무지역에도 집이 함께 들어설 수 있게 한 것이다. 도심의 대규모 개발이 가능해져 건설투자와 고용이 늘며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생각할 것은 복합단지 개발만으로는 시장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주거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발등의 불인 강남 집값을 잡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주택 수요자 중에는 직장과 가까운 도심의 임대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서울 강남과 같은 주거 전용지역에서 살기 편한 양질의 주택을 찾는 이도 있다. 주택시장 불안의 진원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빼놓고는 근본 해결책이 안된다는 얘기다. 이참에 재개발·재건축도 단지가 아닌 구역단위로 범위를 넓혀서 대규모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