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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무상복지' 바람이 분다...보수성향 지역도 동참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3 12:18

수정 2018.10.03 13:02

사진자료 제공=울산시
사진자료 제공=울산시

지난 2011년 11월 7일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공동기자회견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최초 선언한 자리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7년이 흐른 2018년 대한민국은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을 포함해 ‘무상교육’이라는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지방정부를 중신으로 무상복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지방정부가 주도하면서 '사민주의'를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 선발주자의 힘 강원도, 인천은 한 발 더 전진
강원도는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2년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 데 이어 또 다시 유·초·중·고교 무상급식을 가장 먼저 실시하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는 정선군이 2010년 2학기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학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했다. 정선군은 2014년 고교 무상교육을 골자로 하는 ‘교육비·교복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고교생 입학금과 수업료 등을 지원해왔다.

강원도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무상급식 논의가 활발해졌고 수년이 흐른 지금은 인천, 광주, 전북, 전남, 울산 등으로 거침없이 진행중이다. 충남·충북과 서울은 내년부터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특히 인천은 이런 흐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 완전 무상급식과 교복을 지원한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제한적이나마 중·고교 신입생에게으로 교복이 지원되고 있지만, 중·고교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을 무상 지급해 주기로 한 곳은 인천이 처음이다. 또 인천시는 여기에다 내년부터 사립유치원에도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무상급식 도입이 순조로웠던 전북은 고교 무상급식을 넘어 도교육청이 학교운영지원비 지원 조례를 마련하는 등 고교 무상교육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는 내년 67개 학교 고교생 5만여 명이 혜택을 받으면서 초·중학생 전체를 포함 18만6000여명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교육비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후발주자들의 약진...TK 내년 중학교 무상급식 추진
4년 전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던 울산, 대전, 대구, 경북은 무상급식이 시행되기는 했으나 선별적 급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은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의 송철호 시장과 진보성향의 노옥희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이어 올해 2학기부터는 고교까지 진전됐다. 대전도 허태정 대전시장과 설동호 교육감이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공약하면서 고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구와 경북은 단체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교육감은 보수 성향이지만 전면 무상급식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고교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중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한다. 대구시는 시민원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시민과 함께 맛과 영양이 균형 잡힌 '학교 밥상'을 찾고 있으며, 대구시교육청은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의 이름을 ‘학교밥상 지원담당’으로 바꿔가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무상급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구지역 중학생 수는 약 6만6000명에 이른다”며 “보편적 무상급식을 목표로 비용부담 범위와 시행 시기 등을 대구시와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경북도 올해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23개 시·군 중 문경시와 김천시 등 15곳은 중학생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래도 경북도의회에서는 경북의 무상급식 정책이 전국 꼴찌를 달리고 있다며 내년부터라도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울산,경남은 직진 중, 부산은 주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울산은 올해 중·고교 무상급식 시행에 이어 현재는 친환경급식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라는 홍준표 전 도지사의 말에 상처를 받았던 경남지역은 그 여파가 현재진행형이다.고등학교 192개교 중 86개 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106개교 6만4013명은 지금도 도시락을 싸고 있다. 사립유치원 273곳 3만9670명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부터는 고교 무상급식이 시행될 전망이다.

부산은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과 재선에 성공한 진보 성향의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지난 6월 고교 무상급식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시행 시기와 급식비 부담 비율을 두고 조율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자칫 2020년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 무상급식은 교육청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고 부산시와 동반자적 성격으로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부산지역 고교생 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지방정부에서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교육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보편적 복지를 비판해온 지역에서조차 시민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고교 무상급식까지 진전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요구로 자리 잡았다.


울산발전연구원 이윤형 박사는 “북유럽 국가 등 교육복지 선진국의 정보가 많이 알려지면서 적어도 교육과 양육 분야에서만큼은 고비용, 고복지 성격을 띠는 사민주의도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앞으로 보편적 복지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조세저항 등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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