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4일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지난달 타계한 쩐 다이 꽝 국가 주석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베트남에서 1960년대 국부 호치민 시대 이후 처음으로 두 직책을 겸직하는 최고 권력자가 탄생한 가운데 나라 안팎에서는 베트남마저 중국처럼 1인 독재 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쫑 서기장은 1944년 4월 14일 북부 하노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하노이 종합대학에 입학, 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 이듬해인 1968년에 공산당 기관지에 취직해 1991년에는 편집장 자리까지 올랐다. 쫑 서기장은 1981년에 유학을 떠나 소련 사회과학원에서 역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귀국해 1988년부터 공산당의 이론 정비 작업에 뛰어들었다.
쫑 서기장은 1994년에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뽑혔으며 국회 부의장을 거쳐 2000년에 하노이의 시장격인 하노이 당 서기, 2006년 국회 의장을 역임하고 2011년에 서기장 자리를 꿰찼다. 그 2016년 당 내 서기장 선거에서 라이벌이였던 응우옌 떤 중 총리를 꺾고 재임에 성공했다.
쫑 서기장은 정치적으로 시장경제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사회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 보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016년 10월 연설에서 당 내 민주주의 정치 개혁에 대해 "사회정치적 퇴보를 막지 못하고 자생적 진화, 자발적 변환을 허용해 이들이 보다 미묘하고 복잡한 형태로 바뀌도록 허용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6년 재선 이후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아울러 쫑 서기장은 2008년 3월에 대규모 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아 적극적인 한국 기업 유치 활동을 벌였으며 2014년 방한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월 베트남 국빈방문을 통해 쫑 서기장과 면담했다.
베트남 안팎의 전문가들은 쫑 서기장의 주석 겸직 소식에 베트남의 집단 지도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 지도부는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는 국가 주석과 행정을 맡는 총리,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장으로 이뤄져 있다. 과거 베트남 정부 연구기관인 경제관리중앙연구소에서 소장을 지냈던 레 당 도안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국가 주석직이 군권을 쥐는 자리기는 하지만 상징적인 위치에 불과하다며 이번 겸직 결정이 타당하다고 옹호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됐을 때 권력남용을 막을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당 위원회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직하면서 절대 권력을 구축했다.
베트남 국회는 오는 22일에 쫑 서기장을 주석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며 그의 임기는 2021년까지 지속된다. 그가 현재 겸직체제를 임시로 유지할 지, 아니면 중국처럼 고착시킬 지는 아직 미지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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