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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로 2400억 불탄 물류창고.. 관리·경비업체 책임은 얼마나?

삼성물산 손배소 항소심 관심
화재 직후 경기도 김포 제일 제일모직 물류센터. 연합뉴스
화재 직후 경기도 김포 제일 제일모직 물류센터. 연합뉴스

지난 2015년 5월 25일 새벽 2시께 경기도 김포 제일모직(삼성물산) 물류창고에 화마가 덮쳤다. 물류창고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화재 직전 화물지입차 기사인 김모씨가 인화성 물질을 실은 박스를 건물로 옮겨 불을 붙이는 장면이 찍혔다. 당시 1만8900평(6만2400여㎡) 규모의 창고에는 단 두 명의 경비원만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화재로 김모씨와 경비원 한 명이 숨졌고, 제일모직은 총 2400억원대의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김씨가 현장에서 불에 타 숨지면서 방화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제일모직의 의류매장 폐점으로 지입계약이 해지되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물산은 이후 1800억원 규모의 화재 보험금을 탔지만, 6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피해액이 남았다.

■방화범에 의한 화재, 책임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건물관리 업체와 경비업체, 김씨와 계약을 맺은 운송업체가 남은 피해액을 책임져야 한다'며 2016년 10월 이들을 상대로 손해액 일부인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건물관리 업체인 A사는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다투지 않은 가운데 법정 공방은 A사와 경비업무 계약을 맺은 경비업체 B사, 재위탁 운송업체 C사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삼성물산은 "경비업체가 업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방화를 막지 못했다"며 "운송업체도 김씨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경비계약은 A사와 체결했을 뿐, 삼성물산과 체결한 적이 없으므로 '경비원의 업무수행 중 과실이 있을 경우 경비대상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경비업법 제26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손해배상 책임이 있더라도 A사와의 경비계약에서 "대물배상은 1억원의 한도액 내에서 책임지기로 했다"고 맞섰다. C사는 김씨의 방화는 자사의 사무집행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삼성물산의 물류를 담당했던 한솔로지스틱스에 업무지시를 받았고, '지입 회사인 C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고 방화를 저질렀다'는 범행 동기는 당사자의 진술이 없으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박상구 부장판사)는 두 업체에 대해 손해액의 10%인 6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에서 삼성물산은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며 청구금액을 600억원으로 확장했다.

■책임 비율 가를 핵심 쟁점은?

2심에서의 주된 쟁점은 경비계약을 맺은 실질적 당사자는 누구로 볼 것인지' 여부다. B사는 삼성물산의 퇴직임원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인 A사는 건물관리업 회사일 뿐,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본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할 실질적 당사자는 삼성물산이므로 계약상 내용인 대물배상도 1억원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출입하던 지입차 기사가 벌인 방화에 대한 책임을 경비업체가 모두 부담해야 하느냐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


C사에 대해서는 김씨와의 운송계약 해지 후 벌어진 방화이므로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1차 운송업체인 한솔로지스틱스의 책임은 없는 지가 관건이다.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각 업체들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이 갈릴 전망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서울고법 민사32부(유상재 부장판사) 심리로 내달 14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