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인 조준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46·사법연수원 34기· 사진)는 22일 "사법농단 사태는 국민 신뢰를 하락시키고, 사법부 불신을 만든 점에서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조 교수 등 전국 법학교수 136명은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 관여한 전·현직 대법관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를 좌시할 수 없어 로스쿨 교수들의 사법농단 사태 관련 성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 우현지산의 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한미약품·존슨앤존슨메디칼 등 사내 변호사를 거쳐 2014년부터 원광대 로스쿨 민사법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연구회지편집위원·다국적 의료기기회사 등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그는 존슨앤존슨메디칼 사내 변호사 시절 의료기기협회 윤리위원으로 공정경쟁규약을 만들고, '리베이트 쌍벌제' 테스크포스(TF)팀으로 활동해 식약청이 수여하는 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는 '의생명과학과 법' 저서 및 의생명관련 판례 평석집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직업을 바꾼 이유에 대해 "서울대 법대 대학원 석사 때부터 기회가 되면 후학을 양성하고, 법조 경험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며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로스쿨 제자들을 가르칠 기회가 와서 교수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불의를 참지 못해 사법농단 사태 관련 성명 동참과 함께 제도 개혁을 촉구한 만큼 학생들에게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강조한다.
그는 "법조윤리 수업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염두에 두고 사적인 이익보다는 사회 정의와 공익을 실현하는데 기여하는 법조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최근 사법농단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법조인 선배들을 닮지 않고 법적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법조인이 될 것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매년 1600명 이상 쏟아지는 변호사의 급격한 증가로 변호사 생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의뢰인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AI(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향후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며 "법조인뿐만 아니라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돈과 명예 등 사적인 욕심을 우선시하지 말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의뢰인에게 최선의 법조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조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의 도전이 필요하다"면서 "회사의 준법감시인제가 확대돼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변호사들이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반인들이 저렴하고 쉽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제가 힘들어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법조인 영역도 다른 직역처럼 경쟁이 심화되고 좋은 않은 일들이 생기고 있다. 일부 법조인은 사회 정의 실현보다는 개인적인 부귀와 명예를 추구한다"면서 "국민 건강 측면에서 의료인이 필요하듯이 법적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편하고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로스쿨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해 훌륭한 법조 후배들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게 만들고, 기회가 되면 제자들과 함께 로스쿨 출신의 로펌을 설립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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