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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취준생의 눈으로 '고용세습' 일소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2 16:55

수정 2018.10.22 16:55

靑 게시판에 들끓는 울분.. 오히려 여당이 앞장서야
공공기관의 '고용 세습' 파문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여론을 뒤흔들고 있는 진앙지가 서울시 산하 서울시교통공사뿐만이 아니었다. 무기계약직 1285명을 뽑아 슬그머니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재직자의 가족 등 친인척 109명을 포함시킨 교통공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인천공항공사나 한전 협력업체,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 유사 사례가 속속 불거지고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는 채용 비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징후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자체 할 것 없이 안이한 자세다.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 보겠다"고 하지만,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 반칙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은 읽히지 않는다. 경영진과 노조가 짬짜미하다시피 해 공기업 인사가 '가족 잔치판'으로 전락한다면 어디 보통 문제인가. 안 그래도 바늘구멍처럼 들어가기 힘든 공공기관의 문을 닫아건 채 내부에서 일자리를 나눠먹는 모럴 해저드다. 그 여파로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2020년까지 공채 선발 인원을 1029명이나 줄인다고 한다. 일회용 커피로 잠을 쫓으며 공공기관 취업의 문을 두드리려는 취업준비생들로선 통탄할 사태다.

이러니 요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취준생들의 울분으로 들끓고 있을 법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교통공사의 세습고용 의혹을 지적하는 야권과 언론을 겨냥,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고,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진단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대의를 누가 부인하겠나. 다만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으로 희생된 청년과 같은 비정규직이 가야할 자리를 귀족 노조의 혈족으로 채우는 행태가 문제의 본질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지하세월인 감사원 감사를 기다릴 까닭도 없다. 지난 정권 인사들이 주로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전수 조사를 지시했었다. 이번 사태를 공공 취업시장을 농단하는 신적폐로 본다면 기획재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22일 이와 관련, '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혹여 야권이 이를 정쟁의 무대로 활용하다면 여론의 지탄을 자초하는 꼴일 게다. 그러나 공기업 채용 비리는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의 정당성마저 훼손하는 일이다.
여권도 국정조사에 응해 불거진 비리를 일소하는 것은 물론 고용세습 금지법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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