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관인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 경계장을 설계한 스위스의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 뫼롱(HdM)'이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랜드마크를 짓는다.
24일 송은문화재단은 서울 압구정로에 위치한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신사옥 착공과 관련 간담회를 갖고 신사옥의 조감도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HdM의 수장인 세계적 건축가 듀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참석해 신사옥의 컨셉을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신사옥의 디자인과 관련해 자크 헤르조그는 "부지에 적용된 한국의 건축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조형적이고 미학적인 가치를 구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건물의 건축비는 600억여원으로 설계비에만 30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기간은 총 32개월이 소요될 예정으로 오는 202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산대로를 향하는 이 건물의 전면부에는 유리창을 최소화 하고 콘크리트의 질감을 살린 형태건물의 하부 좌측에 차량의 출입을 위한 입구와 우측에 사람이 드나드는 입구를 배치하는 등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육중하지만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전면부와 달리 북측을 향하는 후면은 사선의 벽에 창을 배치해 채광 효과를 높이고 계단과 정원을 들여 개방적인 반전의 매력을 더했다.
이 건물의 지하와 3층까지의 공간에는 전시를 위한 4개의 공간이 조성된다.
뻔해보이는 회색 빛의 콘크리트 소재의 건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건물의 가장 큰 디자인적 특징은 콘크리트 외벽에 문신처럼 새겨질 소나무의 결이다.
헤르조그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숨겨진 소나무'라는 뜻의 송은의 뜻이 시적으로 다가왔다"며 "소나무의 결을 건물 전체에 입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나무로 만든 우드보드 거푸집을 통해 결을 입히는 방식으로 콘크리트이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 나무를 만지는 듯한 독특한 촉검을 구현할 예정이다.
HdM이 설계한 대로 삼탄·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 완공되면 강남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특색 없이 유행을 쫓아 통유리와 철골구조 형태로 제각각 지어진 빌딩 사이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피에르 드 뫼롱은 "이 건물을 통해 서울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작품을 접하게 하는게 저희의 목표"라며 "조형적인 미학을 가진 건물과 이곳에 조성될 정원에서 사람들이 좋은 시간을 받고 영감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은문화재단은 한국 현대 미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삼천리 그룹 창업자 중 한 명인 고 송은 유성연 명예회장이 1989년 설립했다. 삼탄의 회장인 아들 유상덕 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러한 유지를 받들어 한국의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자 이번 신사옥 건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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