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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늙는 사람 있나요.. ‘노인충’ ‘틀딱충’ 노인 혐오 심각

[fn스포트라이트 혐오로 멍든 사회]
<2> 노인혐오
-‘틀딱충’ ‘연금충’ ‘할매미’ 
-노인 절반, 청장년층 90%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안 늙는 사람 있나요.. ‘노인충’ ‘틀딱충’ 노인 혐오 심각

"지하철에서 세치기를 하거나 떠드는 노인을 보면 정말 화가 나요.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다르겠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얼마 전 대학생 박모씨(22)는 지하철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박씨가 빈 좌석에 앉으려던 찰나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승객 사이를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와 덥썩 앉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불쾌한 마음에 한번 쳐다봤지만 할머니는 자리에 앉고는 아무렇지 않은듯 있었다"며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더 예의 없는 느낌을 줘 요새 노인을 왜 욕하는지 알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노인충' '틀딱충'…노인 혐오 증가
노인을 보는 청년세대 눈길은 싸늘하다. 어느 순간부터 '노인충'(노인+벌레),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이란 노인혐오 표현이 인터넷에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성장배경 차이에 따른 세대 간 불통과 노인 접점이 없는 사회를 원인으로 꼽았다. 대화와 만남이 없으니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타자(他者)로 여겨지고 배척된다는 것이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처음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오는 2026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가 예상된다.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노인과 대화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부 '2017년 노인인권실태조사'를 보면 노인들 중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절반(51.5%)을 웃돌았다.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노인 비율도 44.3%에 달했다.

청장년 10명 중 9명은 노인과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에 있어서 극명하게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와 노인간 '불통'이 혐오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해지면서 상대방을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노인세대는 한국 사회 근대화를 고스란히 겪었다. 전쟁 전후와 산업화,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며 합리·논리적 사고보다는 경험에 의존하는 소통양식을 가졌다"며 "(노인세대가) 개인 경험을 절대시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젊은 세대와는 쌍방향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대화·소통의 장 마련 시급
정부 역시 노인혐오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다. 노인과 젊은층이 만나서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2018년 노인인권종합보고서'는 노인혐오를 해결할 방법으로 교육과 만남의 장을 제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노인과 비노인 세대 간에 서로 이해할 교육 제도나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며 "세대공동체 축제, 문화 및 교육 행사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인혐오를 개인 문제로 치부할게 아니라 정책화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인혐오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봐서 지자체에서 정책화는 게 중요하다"며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지역사회 관광가이드 등 노인이 일자리에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세대 간 만남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장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라고 설명했다.

스포트라이트팀 구자윤 팀장 이진혁 최용준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