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못한 분노가 재앙으로 돌아왔다. 최근 “알바생이 불친절해서”란 이유로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전국이 분노했다. 이 가운데 어처구니없는 분노범죄가 이어지면서 사회적인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김성수(30)는 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담배꽁초를 치워달라고했지만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아 화가 났다”고 답했다. 또 게임요금을 돌려 달라 했지만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분노범죄의 발생원인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오세연 교수는 “분노조절의 실패는 예상치 못한 폭력성과 공격성을 표출하게 된다”며 “때로 극단적인 분노가 밖으로 튀어나와 살인, 방화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광주 북구의 한 유흥주점에서도 분노범죄가 일어났다. 해당 주점에선 누구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례가 오지 않자 장모(50)씨가 난동을 피운 것. 장 씨는 손님들의 제지로 귀가했지만 곧 흉기를 들고 돌아와 손님 한 명을 향해 휘둘렀다. 그는 현장에 앉아 체포될 때까지 씩씩거렸던 걸로 전해졌다.
■강력·폭력범죄 3건 중 1건은 우발적 원인.. 분노조절장애 해마다 증가
27일 경찰청범죄통계를 확인한 결과, 최근 3년(2014~2016)간 일어난 살인기수·미수 등 강력범죄 중 우발적인 사건은 2014년 31.7%, 2015년 31.05%, 2016년 30.8%로 모두 30% 이상이었다. 상해와 폭행 같은 폭력범죄에서도 각각 42.5%, 38.6%, 36.06%에 달했다. 이 같은 범죄 3건 중 1건 가량은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일어난 셈이다.
여기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인 ‘습관 및 충동장애’ 역시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4934명이었던 해당 질환자 수는 지난해 5986명으로 약 21.3% 증가했다.
해당 질환자는 분노가 심해졌을 때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가 흥분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이성이 마비돼 극단적일 경우 큰 사고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
올해 1월 서울 종로구에선 유모(53)씨가 주유소에서 구입한 휘발유를 여관입구에 뿌리고 불을 붙여 10명의 사상자를 냈다. 고작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는 요구를 여관주인이 거부하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신질환·심신미약, 면죄부 될 수 없어” 목소리.. 사회적 문제로 공감대 넓혀야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의 가족은 사건 직후 “김성수는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었다”며 경찰에 관련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심신미약을 근거로 감형을 받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처벌요구 청원은 불과 엿새 만에 참여인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청원 역대 최고 기록으로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지금껏 이뤄졌던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원인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 담당의였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남궁인 씨는 SNS를 통해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 주지 않았다. 그것은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라며 “우울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범죄에 대한 처벌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해결로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인식확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오 교수는 “분노범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공감대를 조성하는 인식변확하 필요하다”며 “형사처벌과 치료프로그램 이외에도 분노가 큰 범죄로 발전하기 전에 지역공동체에서 지역분쟁제도를 설치·운영, 분노범죄의 원인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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