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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강주아오 대교를 보는 불안한 시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6 17:39

수정 2018.10.26 17:39

[월드리포트] 中 강주아오 대교를 보는 불안한 시선

지난 23일 총길이가 55㎞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인공섬에서 열렸다. 금융도시 홍콩과 도박의 도시 마카오, 주하이를 연결하는 이 다리의 개통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축사 없이 개통 선언만 했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자동차로 4시간 걸리던 홍콩~주하이 이동시간이 30분 정도로 단축되면서 실리콘밸리를 포함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만과 일본 도쿄만에 버금가는 이른바 '대만구(大灣區)'로 키운다는 중국 당국의 구상이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그렇지만 이 다리 건설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홍콩과 마카오, 중국이 분담한 다리 공사비만 69억2000만달러, 여기에 연결도로와 인공섬, 해저터널 건설비를 포함해 총 200억달러(약 23조원)가 소요되면서 당초 예산을 초과했다.

파리 에펠탑 60개를 건설할 수 있는 분량의 철강 40만t이 사용돼 지난달 초강력 태풍 '망쿳'을 견디며 견고함을 보여줬지만 공사기간 중 비리뿐만 아니라 2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으면서 '죽음의 다리'로 불렸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다리가 지나가는 바다 주변에 서식하는 토종 돌고래가 감소하는 등 해양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반대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중국 당국은 강주아오 대교가 특별행정구역인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인구 7000만명인 중국 남부 경제를 통합시키면서 연간 10조위안(약 1639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돈만 낭비한 '햐얀 코끼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리 위로 대중교통수단은 다닐 수 없으며 자가용은 특별운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발급 쿼터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BBC 중문판은 연간 통행료 수입이 8600만달러(약 975억원)에 그칠 것이며 이 중 3분의 1은 다리 보수 등 관리비에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한달 전에는 또 다른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인 홍콩과 선전, 광저우를 연결하는 총공사비 844억홍콩달러(약 122조원)가 투입된 고속철도가 개통됐다. 기존의 일반 열차로 48분 걸리던 것을 고속열차로 36분이면 광저우까지 갈 수 있고 연계된 노선으로 베이징까지도 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또한 공사구간 누수와 주변건물 침하, 시운전 중 열차탈선 등 탈이 많았으며 예정보다 3년 늦게 개통됐다.

홍콩과 마카오, 중국 모두 각각 다른 세관과 이민국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강주아오 대교와 홍콩~광저우 고속철도가 앞으로 순조롭게 또 많이 이용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이 두 거대한 사업이 특별행정구역인 홍콩과 마카오를 단지 중국 본토와 연결시켜주는 상징적인 것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과 50년간 보장받은 자치권을 중국 정부가 서서히 침해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 홍콩터미널에는 중국 공안요원 160명을 포함해 대륙에서 온 세관과 검역직원 등 800명이 상주하면서 2교대 근무를 하고 건물안 특정지역에서 자치권을 갖고 있는 홍콩의 기본법이 아닌 중국 본토법을 적용하기 시작해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건물 안의 노란선만 넘으면 중국법이 적용된다.

더구나 비싼 부동산값으로 악명 높은 홍콩에서 터미널 내 10만5000 ㎡ 공간을 1년에 고작 1000홍콩달러(약 15만원)에 중국 측에 임대해주기로 해 형평성의 논란도 일으켰다.
참고로 터미널 인근 아파트 가격은 제곱피트(0.09㎡)당 보통 3만홍콩달러에서 많게는 8만홍콩달러(약 1163만원) 나간다고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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