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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심혈관연구소 소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14:51

수정 2018.10.29 19:32

[인터뷰]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심혈관연구소 소장
"희귀질환인 폐고혈압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연구하겠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심혈관연구소 소장(심장내과· 사진)은 폐고혈압 환자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올해부터 3년간 질병관리본부의 학술연구개발 용역과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폐고혈압 환자를 등록하고 이후 3년간 이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장에는 우심실과 좌심실이 있다. 우심실에서 나온 혈액이 좌심방으로 들어가는 폐순환계와 좌심실에서 혈액을 전신으로 혈액을 보낸 후 우심방으로 들어가는 전신순환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혈압은 전신순환계에서 혈압이 높아진 것을 말한다.

정 소장은 "심장은 하루 10만번 정도 심장박동을 하며 폐순환계에서 얻은 산소와 소화기약물계 등에서 얻은 영양분을 전신순환계를 통해 온 몸에 공급해준다"며 "폐고혈압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폐동맥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평균 폐동맥압이 25mmHg를 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고혈압 중 가장 예후가 나쁜 1군 폐동맥 고혈압은 100만 명당 5~15명 정도에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1980년대 초의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록 사업 때의 평균 생존율이 진단 후 2.8년이었다. 하지만 최근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2009년 평균생존율이 7.6년으로 늘어났다. 이 질환은 특발성, 유전성, 약물이나 독성물질 유발, 결체조직질환(CTD), 선천성 심장질환 등이 원인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걸을 때보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심하게 차는 것이다. 심해지면 다리가 많이 붓고 복수가 차고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는 증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숨을 쉴 수 없어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최근에는 BMPR2 돌연변이체를 보유한 사람에게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유전체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40대 후반 여성이 많다.

정 소장은 "유전성이 강하기 때문에 폐고혈압 환자의 가족을 검사하면 약 60%에서 질환이 발견된다"며 "이들을 조기치료하면 질환 발병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폐고혈압 진단을 위해서는 일단 신체검사 소견에서 심혈관계, 호흡기계 및 빈혈 등 혈액학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심초음파검사 후 오른심장카테타검사(우심도자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하지만 1군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국내에 4000~5000명에 불과하다. 이는 폐고혈압에 대한 진단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 3배 가량의 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갈수록 증가하는 생활습관병에 의해서도 폐고혈압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폐고혈압 환자 중 65%는 바로 고혈압, 허혈성 심질환, 판막질환, 부정맥 등에 의해 발생하는 좌측 심장질환에 의한 2군 폐고혈압이다. 또 30%가 폐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3군 폐고혈압이다. 이들까지 합치면 폐고혈압 환자는 15만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물론 이 95%에 해당하는 폐고혈압의 치료는 원인 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다행히 최근 폐고혈압 치료에 대한 약물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폐고혈압 치료제 13개 중 9개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주사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은 폐고혈압 환자의 수명을 몇 년 더 늘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또 폐고혈압의 경우 조기 발견해 2~3개 약제를 동시에 투여해 강력한 치료를 하면 더이상 진행은 멈출 수 있다. 폐고혈압 환자는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폐고혈압 환자에게 하나의 약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환자의 치료기간이 늘어나고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정 소장은 "만성질환자들이 늘어나면 폐고혈압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폐고혈압 환자들을 조기 발견하고 표준화된 치료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심혈관연구소 소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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