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키우던 개 팝니다' '강아지 5만원'..생명 팔고 사는 온라인 중고거래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7:53

수정 2018.11.05 17:53

중고거래 사이트서 버젓이 책임분양비 명목으로 매매
등록번호도 없이 업자 장사.. 규제수단 마땅치 않아 문제
유명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반려동물 거래 게시글. 하루에도 몇 건씩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사이트 캡쳐
유명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반려동물 거래 게시글. 하루에도 몇 건씩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사이트 캡쳐

#.직장인 김선영씨(28·여)는 강아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강아지'를 검색하자 살아있는 강아지 거래 글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김씨는 "살아있는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 판다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몇몇 글은 전문적으로 강아지를 사고 파는 업자 느낌이 나 악용의 소지도 있을것 같다"고 우려했다.

■"키우던 강아지 팝니다" 글만 수십 건

5일 유명 포털 중고거래 사이트 검색 결과 반려동물 거래 글은 이전부터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개 품종인 '말티즈', '시츄' 등으로 검색하면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다 키우기 버거워 분양합니다. 배변판, 사료와 장난감 포함해 15만원입니다", "딸 아이가 원해서 분양했는데 처음 키워본거라 어려움이 많네요. 분양 50만원에 생각하고 있습니다" 등 사연과 가격을 올린 글들이 게시돼있다.

분양가는 반려동물의 나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무료 분양시 무책임한 거래자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 분양비'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5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분양허가를 받지 않은 반려동물 거래는 엄밀히 따지면 모두 불법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분양 허가번호를 받지 않고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박선덕 서울시 동물보호팀장은 "책임분양이라고 해서 3만원, 5만원 등 적은 비용을 받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판매이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게시자가 반려동물 중고거래 글을 상시적으로 올린다던가 마릿수가 지나치게 많다던가하는 부분 등을 종합해 판매업자라고 생각되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고 했다.

■"온라인 거래, 체계는 없고 문제는 많아"

전문가는 이런 중고거래의 원인이 비정상적인 번식과 사육 환경에 있다고 봤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한 해 10만마리씩 유기동물이 양산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플랫폼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라며 "하지만 유행하는 품종을 마음껏 번식시키고 유행시키는 펫샵 등에 대한 제어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온라인으로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행위가 단순히 불법인 점 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보호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등록번호를 받아도 온라인에서 생명을 사고파는 일은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무료 혹은 헐값에 올리는 사람들이 업자들에게 노출이 될 수도 있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무료로 입양받아 중고 사이트에 되파는 경우도 있어 파생되는 문제가 굉장히 많다"고 우려했다.


최윤택 동물자유연대 팀장도 "정상적으로 보이는 유기동물 보호 웹사이트에서도 돈을 주고 동물을 거래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모니터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양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여러차례 상담이 필요한데 온라인은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히 위험성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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