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은 그동안 주력 사업이었던 무선수익의 실적이 감소하고 대신 미디어 사업의 실적이 향상되는 상황에서 상승세를 높이기 위해 M&A를 고려하고 있다.
■KT-LGU+, 케이블TV 인수검토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사업자(SO)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일 3·4분기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케이블TV 인수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M&A가 단순히 인수에 그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일부 검토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은 최근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 1월과 8월, 10월 등 총 세 차례 한국거래소가 LG유플러스에 CJ헬로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CJ헬로 등 케이블TV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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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10.89%로 4위인데 만약 CJ헬로(13.1%) 인수가 성사되면 23.99%로 단숨에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와 제휴해 콘텐츠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KT의 경우 그동안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시장점유율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전부를 합친 것을 유료방송시장으로 보고, 특정 사업자가 총 33%의 점유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KT계열의 시장점유율은 KT스카이라이프와 합쳐 30.54%로 1위다. 33%를 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지난 6월 일몰되면서 가입자 확보를 위한 걸림돌이 제거됐다. 현재 국회 등 일부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KT는 이 틈을 이용해 딜라이브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가 딜라이브(6.54%)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37.08%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M&A 이후 콘텐츠 투자해야
통신업계가 미디어 M&A를 적극 고려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시장은 콘텐츠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협상력이 높아지고,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광고수익, 홈쇼핑 송출 수수료 증가 등도 기대할 수 있어,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미디어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M&A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점유율이 올라갈 경우 경쟁사업자에 의한 가격인하 압력이 줄어들면서 이용자들의 요금 증가 우려가 생길 수 있다. 또 미디어 M&A 이후 새로운 결합상품이 나오면 이동통신과 미디어 간 지배력 전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넷플릭스 같이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한 해외의 유료방송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이 M&A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M&A가 성사된다 해도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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