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06년 12월 2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연설에서 고위 군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언급한 발언이다. 지금 이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관련 사건에 가해자로 지목되고 피의자 신분이 됐음에도 떳떳이 사는 이들이다.
일부 남성들은 피해자의 목소리만으로 무슨 증거냐며 비아냥대지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피의자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하나둘씩 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미투와 관련된 형사사건이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일부 가해자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거나 미투를 조롱하고 폄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면 소위 자숙기간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뒀다. 그런데 이제는 부끄러움이 없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별일 없었다는 듯이 금세 활동을 재개한다. 물론 생계가 막막하니까 그럴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미투를 자신의 콘텐츠, 돈벌이 수단으로 소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또 부끄러워해야 할 주체가 있으니 바로 국회다. 국회의원들은 미투 열기가 뜨거울 무렵 각종 여성단체 행사에 찾아가서 피해자들과 함께한다며 '미투! 위드유!'를 외쳤다. 그런데 정작 미투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한동안 미투의 발목을 잡는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가 논의됐으나 처벌 수위를 낮추자는 얘기만 있을 뿐 잠잠하다. 그 사이 기자가 다룬 미투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가해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언제까지 피해자는 이런 일로 위축돼야 하는 것일까. 검찰이 이 같은 경우 공익성을 고려해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하라고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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