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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암중모색'..우리軍, 군사이행 '뚜벅뚜벅'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3 17:19

수정 2018.11.23 17:19

北 비핵화 유도할 북미대화, 최근 불씨 살아날 조짐
우리 軍 남북군사합의 이후 합의사항 뚜벅뚜벅 이행
"북핵 있는 상황서 군사합의 이행 무장해제" 우려감
국방부 "우려는 충분히 인지, 군사대비태세 이상무"
11월 중순경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도로연결 작업을 하던 남북 장병들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국방부. 연합뉴스
11월 중순경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도로연결 작업을 하던 남북 장병들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국방부. 연합뉴스
수렁에 빠졌던 북미대화의 불씨가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은 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을 꾸준하게 이행하고 있다. 지난 1일부로 지상·해상·공중에서 군사적 적대행위가 중지됐고, 남북이 시범 철수키로 한 감시초소(GP)도 모두 파괴돼 상호검증 절차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군의 군사합의 이행이 우리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강력한 힘에 의한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꽉 막한 북미대화, 해동 국면 맞나?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한미연합 정례훈련인 독수리(FE)훈련의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에서도 미국은 남북 철도공동조사에 대해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북미관계에 앞서는 남북관계를 불편해했고 특히 경협과도 연관이 있는 철도공동조사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변화다.

최근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북미고위급회담이 이달 말에 개최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확실한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꽉 막혔던 북미대화가 해소되려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軍당국 북미대화 롤러코스터 속 군사합의 '뚜벅뚜벅'
북미대화는 남·북·미의 관계가 큰 폭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올해 이후 수 차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하지만 군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9월평양정상회담, 그리고 9·19 남북군사합의서 체결 이후 부침을 보이지 않고 꾸준하게 이행을 하고 있다.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군은 지난 1일부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했다. 각각 11개씩 시범철수하기로 한 감시초소(GP)에서 병력과 화기를 철수하고 이후 남북이 1개씩 남기기로 한 GP를 제외하고 중장비와 폭약을 이용해 모두 파괴했다.

남북은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을 비무장화했다. 냉전의 상징과도 같던 판문점의 검은 선글라스 헌병과 '구스스텝'으로 활보하는 북한군의 모습은 사라지게 됐다. 또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공동조사도 이뤄졌다.

63년전 남북이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우리 군은 지뢰를 제거하고 과거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 22일에는 남북을 잇는 비포장 도로를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을 벌이는 남북 군인들이 만나 악수를 주고받았다.

군사합의서가 남북 사이의 발생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아 규정의 해석을 두고 향후 남북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재개될 경우 비핵화 협상 틀 자체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북도 섣부른 행동을 할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의 대토론회에 참석한 예비역 장성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의 대토론회에 참석한 예비역 장성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軍 "우려는 충분히 인지, 군사대비태세 지장 없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북미 비핵화 협상이 예상보다 더디게 전개되고 있는 사이에 진전되고 있는 우리 군의 군사합의 이행에 대해 보수 성향의 단체와 인사들의 경우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체적 위험인 북핵을 그대로 두고 우리 군만 무장해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는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이 주최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에는 1500명(주최측 추산 3000명)이 몰렸고, 이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군사합의는 실패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국방부와 군의 입장은 확고하다. 군사합의 이행은 강력한 힘으로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경에 있고,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의 수를 인지해 충분히 대비한 상황에서 군사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남북 대결사항을 이어갈 뿐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군의 원로들과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우리 군은 우리의 안보를 지킬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태근 국방부 대북정책차장은 "군사합의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1990년대 초부터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물"이라면서 "현 안보상황을 충분히 고려,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전제한 가운데 군사합의도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차장은 "국방부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군사합의를 이행하고 있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도 올해 제50차 SCM(한미안보협의회)를 통해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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