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불공정을 낳은 文의 '공정사회’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했다. 취임 후 최저치인 52.5%로 떨어졌다. 특히 20대 지지율 하락이 한달 동안 10%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30대 지지율도 6%나 하락했다.

핵심 지지층인 20~30대가 마음을 돌리고 있는 것은 공정사회를 꿈꿨지만 공정을 위한 정책들이 또 다른 불공정을 낳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일 제3차 반부폐정책협의회 "국민은 권력형 적폐 청산 수사를 믿고 지지해주셨다"며 "그만큼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문 정부가 말하는 공정사회가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 정부가 주도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표적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규직 전환의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오히려 정규직전환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임직원들과 노조 간부들은 친인척 채용비리를 저지르는 신(新)고용세습 의혹이 나오면서 젊은 층의 실망감을 부추겼다. 공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치열한 경쟁과 피나는 노력을 한 20대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기업에 입사한 29살 이지현씨(가명)는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동안 정규직 채용을 위해 노력한 나의 삶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라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과정도 정규직 채용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부의 재분배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고 고임금자와 저임금자의 부의 불평등을 최소화시키기 위함이었다.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정책이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면서 소득격차를 키웠다.

실제 1·2분위(소득 하위 40%)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4%, 1.5% 감소했다.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는 3분위(소득 하위 40∼60%) 가구의 총소득은 2.1% 늘었지만 이 가운데 사업소득은 11.9%나 줄었다. 자영업 위축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 소득까지 끌어내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병원 전 경총회장은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부자들 돈이 서민에게 갔는가”라면서 “기껏해야 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열악한 잠재수익이 최저임금 선상의 근로자들에게 갔을 뿐, 돈이 서민 주머니에서 서민 주머니로 옮겨 가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같은 게 해소되거나 하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탁상공론에 그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투기를 막고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막는다는 취지로 강력한 규제 정책을 폈지만 오히려 돈 많은 부자들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실제 강남 서초동에서 삼성물산이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의 경우 집값이 12~18억원에 달해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 이에 사실상 현금으로 10억원 정도 있는 사람만 분양이 가능하다. 특히 이 아파트는 인근 서초동 아파트 시세 대비 4~5억원이 저렴해 분양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돈을 벌 수 있다. 결국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벌고, 돈이 없는 사람은 기회 조차 갖기 힘들어진 것이다.

리더스원 분양을 포기한 40대 최모씨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신규 분양이 강남에 들어 갈 수 있는 좁은 문 중 하나다”라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김수현 정책실장은 돈이 없으면 아예 강남에 살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일부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헤게모니를 가져가면서 또 다른 권력이 되며 불공정이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이 열렸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출범식이 돼 버렸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엔 노조가 사회적인 약자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일부 강성노조의 경우 직접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정권 창출의 지분을 요구하는 등 지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문재인 정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은 이렇지만 아직 문 정부의 행보는 제자리걸음이다. 야당에서 사실상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정책전환 주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사회 통합을 해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한 뒤 “기존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도 경제정책 3대 기조(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것이 분리할 수 없는 패키지”라며 “속도나 성과에서 차이가 날 수 있으나 큰 틀과 방향은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정책을 수정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른미래당 김정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누구보다 높이 촛불을 들었던 20대 청년들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촛불을 들었다.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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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