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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여왕' 김아림, "캐리로 나보다 멀리 보낸 국내 여자 선수 못봤다"..캐리 최대 거리 255야드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7 11:11

수정 2018.11.27 11:11

지난 9월 데뷔 3년만에 생애 첫승
KLPGA투어 장타 부문 1위
100~130야드 이내 게임 보완 시급  
꾸준히 '톱10'에 드는 선수가 목표
김아림
김아림
"어마무시하다. 왠만한 남자 선수만큼 거리가 나가는 것 같다."
까마득이 날아가는 그의 드라이버샷 비거리에 경기를 지켜보던 한 갤러리의 반응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장타여왕' 김아림(23·SBI저축은행)이다. 그는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6년 데뷔해 3년간 우승이 없다가 지난 9월 자신의 투어 데뷔 이후 79번째 대회인 중도해지 OK정기예금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감격의 생애 첫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 원동력은 이론의 여지없이 폭발적인 장타다.

26일 막을 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팀 KLPGA' 대표로 출전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폭발적 드라이버샷을 앞세워 3전 전승을 거뒀다. 우승 트로피는 '팀 LPGA'가 가져갔으나 그는 거의 만장일치로 팀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는 올 시즌 KLPGA투어 장타 부문 1위(259야드)를 차지했다. 단순한 시즌 1위가 아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서 '역대급' 장타를 날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캐리로 최대 255야드까지 찍었다. 이는 국내 어떤 여자 선수도 밟지 못한 '넘사벽' 기록이다. 게다가 멀리 날리면서 똑 바로 간다는 게 김아림의 드라이버샷을 '명품'으로 치는 이유다.

김아림은 "세게 치면 얼마든지 더 칠 수 있다. 제 장점 중 하나가 최대(맥스)까지는 얼마든지 날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맥스를 가지고 플레이하기는 어렵다. 내가 가진 것의 70~80%만을 사용해 최대 거리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물론 '한방 날려야겠다'는 홀에서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기도 한다. 그는 "내로라하는 장타자들과 쳐봤지만 캐리 거리로는 져본 적이 없다. 국내 선수 중에서 캐리 거리로 나를 능가한 선수는 못봤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장타 비결은 뭘까. 김아림은 "장타는 피지컬이 반 이상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멀리 똑 바로 치는 것은 기술이다. 멀리 치려면 우선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 중 밸런스를 좋게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은 필수다. 그리고 음식 섭취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세게 치는 것은 왠만한 히팅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똑 바로 치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말해 연습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그러면 드라이버샷을 편안하게 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조언한다.

지난 3년간 무관의 한을 끊어내지 못하며 겪었던 속내도 밝혔다. 김아림은 "그동안 실력이 안됐다. 많이 부족했다"면서 "우승 순간 '꾸준히 톱10에 드는 것은 정말 열심히 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결과지만 우승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다시말해 운과 좋은 흐름을 타서 우승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아림은 "물론 지난 2년의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올 시즌을 '작년에 목표했던 것이 잘 드러난 한 해'로 평가했다. 김아림은 "코스에서 노련하게 경기하는 선배 언니들, 어프로치, 퍼팅을 잘하는 언니들을 보면서 나의 부족한 점을 그런 쪽에서 봤던 것 같다. 다시말해 내 단점에 매몰돼 정작 나의 장점을 적극 살리지 못했다"면서 "작년 비시즌에 장점을 적극 살려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잡고 준비했다. 그랬더니 그 밖에 것들이 부수적으로 따라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혹독한 '단야(鍛冶)'를 통해 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거듭났다. 우선 코스 지형에 따라 드라이버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이긴 하지만 모든 샷의 일관성 높히려면 손장난이 아닌 몸으로 컨트롤 해야 한다는 것도 터득하게 됐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은 지난해 5월 현재의 스승인 허석호프로를 만나면서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김아림은 한 마디로 "허프로님의 풍부한 경험이 내게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른바 '허석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님은 남자 선수 중에서 헤드 스피드가 안나오는 편이고 나는 여자 선수 중에서는 최고의 헤드 스피드가 나오는데 그 둘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 허프로님이 자신의 경험만 제게 빌려줘도 빠르게 소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아림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동계 전지훈련을 국내서 실시할 예정이다. 그 기간에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단점인 100야드~130야드 이내 게임 능력 향상이다. 그는 "이것만 보완된다면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리라 본다"면서 "비시즌이 길지 않아 시간적으로 해외에서 훈련할 겨를이 없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과 함께 피지컬적인 퍼포먼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년 시즌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김아림은 "우승을 몇 번 하겠다는 것보다는 항상 '톱10' 안팎에 드는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내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철저히 준비한 다음 우승 기회가 오면 잡도록 하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골프를 시연해 내고 부상없이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목소리와 행동에서 엄청난 긍정 에너지가 넘쳐나는 김아림은 프로골퍼 이전에 둘째가라면 서뤄워할 정도로 골프를 좋아하는 '골프 마니아'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있어 골프는 '재미있는 놀이'다. 12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으면서 부터 클럽을 잡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는 "골프채를 잡고 있는 시간이 그만큼 좋았다. 그래서 필드를 나가게 됐고 갤러리를 하면서 언니들이 멋있어서 프로가 됐다"고 프로골퍼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필드에 서있는게 마냥 좋다. 2부투어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굉장히 절박한 심정으로 임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 보면 그 순간조차도 행복했다"면서 "매일 꿈을 꾼다. 매일 좀더 나은 제가 되기를 꿈꾸고 멋있는 선수가 되도록 성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 사랑받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김아림프로필
생년월일:1995년10월4일
입회년도:2013년7월
통산 승수:1승
신장:175cm
드라이버 평균비거리:259야드(투어 1위)
별명:장타여왕
롤모델:안니카 소렌스탐, 서희경
취미:영화감상, 맛집투어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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