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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255야드’ 봤나… 국내 女선수 중 "내가 제일 잘 나가"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7 17:23

수정 2018.11.27 17:23

최고의 해 보낸 ‘김아림’, 데뷔 3년만에 생애 첫 우승
박인비 인비테이션널에선 팀 MVP로 뽑히며 마무리
자타공인 '장타여왕'.. 역대급 거리에 정확도까지
스승 허석호 프로 만난 뒤 단점 보완하며 업그레이드
‘캐리 255야드’ 봤나… 국내 女선수 중 "내가 제일 잘 나가"


"어마무시하다. 웬만한 남자 선수만큼 거리가 나가는 것 같다."

까마득히 날아가는 그의 드라이버샷 비거리에 경기를 지켜보던 한 갤러리의 반응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장타여왕' 김아림(23.SBI저축은행.사진)이다. 그는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6년 데뷔해 3년간 우승이 없다가 지난 9월 자신의 투어 데뷔 이후 79번째 대회인 중도해지 OK정기예금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감격의 생애 첫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 원동력은 이론의 여지없이 폭발적인 장타다.

25일 막을 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팀 KLPGA' 대표로 출전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폭발적 드라이버샷을 앞세워 3전 전승을 거뒀다. 우승 트로피는 '팀 LPGA'가 가져갔으나 그는 거의 만장일치로 팀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는 올 시즌 KLPGA투어 장타 부문 1위(259야드)를 차지했다. 단순한 시즌 1위가 아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서 '역대급' 장타를 날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캐리로 최대 255야드까지 찍었다. 이는 국내 어떤 여자 선수도 밟지 못한 '넘사벽' 기록이다. 게다가 멀리 날리면서 똑바로 간다는 게 김아림의 드라이버샷을 '명품'으로 치는 이유다.

김아림은 "세게 치면 얼마든지 더 칠 수 있다. 제 장점 중 하나가 최대까지는 얼마든지 날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맥스를 가지고 플레이하기는 어렵다. 내가 가진 것의 70~80%만 사용해 최대 거리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물론 '한방 날려야겠다'는 홀에서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기도 한다. 그는 "내로라하는 장타자들과 쳐봤지만 캐리 거리로는 져본 적이 없다. 국내 선수 중에서 캐리 거리로 나를 능가하는 선수는 못봤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장타 비결은 뭘까. 김아림은 "장타는 피지컬이 반 이상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멀리 똑바로 치는 것은 기술이다. 멀리 치려면 우선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중 밸런스를 좋게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은 필수다. 그리고 음식 섭취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세게 치는 것은 웬만한 히팅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똑바로 치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연습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3년간 무관의 한을 끊어내지 못하며 겪었던 속내도 밝혔다. 김아림은 "그동안 실력이 안됐다. 많이 부족했다"면서 "우승 순간 '꾸준히 톱10에 드는 건 정말 열심히 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결과지만 우승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다시말해 운과 좋은 흐름을 타서 우승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올 시즌을 '작년에 목표했던 것이 잘 드러난 한 해'로 평가했다. 김아림은 "코스에서 노련하게 경기하는 선배들, 어프로치와 퍼팅을 잘하는 언니들을 보면서 나의 부족한 점을 그런 쪽에서 봤던 것 같다. 다시말해 내 단점에 매몰돼 정작 나의 장점을 적극 살리지 못했다"면서 "작년 비시즌에 장점을 적극 살려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잡고 준비했다. 그랬더니 그밖에 것들이 부수적으로 따라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혹독한 담금질을 통해 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거듭났다. 우선 코스 지형에 따라 드라이버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이긴 하지만 모든 샷의 일관성 높이려면 손장난이 아닌 몸으로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도 터득하게 됐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은 지난해 5월 현재의 스승인 허석호 프로를 만나면서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이른바 '허석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허 프로님은 남자 선수 중에서 헤드 스피드가 안나오는 편이고 나는 여자 선수 중에서는 최고의 헤드 스피드가 나오는데 그 둘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아림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계 전지훈련을 국내서 실시할 예정이다. 그 기간에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단점인 100~130야드 이내 게임 능력 향상이다. 그는 "이것만 보완된다면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리라 본다"면서 "비시즌이 길지 않아 시간적으로 해외에서 훈련할 겨를이 없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과 함께 피지컬적인 퍼포먼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년 시즌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김아림은 "우승을 몇 번 하겠다는 것보다는 항상 '톱10'에 드는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내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철저히 준비한 다음 우승 기회가 오면 잡도록 하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골프를 하고 부상없이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엄청난 긍정 에너지가 넘쳐나는 김아림은 "지금도 필드에 서있는게 마냥 좋다. 2부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굉장히 절박한 심정으로 임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 보면 그 순간조차도 행복했다"면서 "매일 꿈을 꾼다. 매일 좀더 나은 내가 되기를 꿈꾸고 멋있는 선수가 되도록 성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 사랑받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김아림 프로필

생년월일:1995년 10월 4일

입회년도:2013년 7월

통산승수:1승

신장:175㎝

드라이버 비거리:259야드(투어 1위)

별명:장타여왕

롤모델:안니카 소렌스탐, 서희경

취미:영화감상, 맛집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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