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싱어롱 상영관이라서 찾았는데...", 눈치만 보다 '조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30 11:00

수정 2018.12.01 09:12

-싱어롱 상영관 일부 관객에겐 생소
-마음껏 노래 부르려 왔는데 눈치보다 조용 
-조용히 해! 카메라 꺼! 충돌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스틸컷/사진=CGV 제공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스틸컷/사진=CGV 제공

“실컷 노래 부르려고 왔는데 눈치만 보다가 나왔어요.”
고등학생 이모양(18)은 지난 17일 오후 8시 경기 일산 상영관을 찾았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싱어롱 상영관에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싱어롱(singalong) 상영관은 극장에서 영화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문화를 뜻한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양은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싱어롱이 아닌 일반 상영관과 분위기가 똑같아서 매우 실망했다”며 “용기를 내서 작게 흥얼거렸지만 그마저도 주변에서 힐끔거려 눈치가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500만명 돌파, 2030세대 싱어롱 인기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열풍과 함께 싱어롱 상영관이 인기다. 실컷 노래 부르려고 극장을 찾지만 조용한 분위기에 입만 벙긋하다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노래가 아닌 카메라 셔터 소리, 아이들 칭얼거림에 방해받았다는 불만도 있다. 싱어롱 문화가 생소한 만큼 관객들 간 온도차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전날 하루 동안 12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총 누적관객수는 524만명이 넘는다.

문제는 싱어롱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서로 다르다. 극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문화가 생소한 만큼 막상 조용한 환경에서 한두 명만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그만 둔다. 또 노래와 소음의 애매한 경계에서 관객 간의 설전도 벌어진다.

대구 거주하는 작곡가 김모씨(20·여)는 세 차례나 싱어롱 상영관을 찾았지만 갈수록 실망만 했다. 그는 “지난 24일 처음 간 대구 싱어롱 상영관은 실제 공연장처럼 완벽했다”며 “하지만 강남 상영관을 갔을 때는 노래 대신 떠들어도 된다는 식으로 잡담을 하고 핸드폰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관객만 있어 몰입이 어려웠다”고 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싱어롱 생소...영화관은 폐 끼치면 안 된다는 교양
싱어롱을 망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즐기고 싶은 관객들로 인기 상영관은 티켓 예매도 치열하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CGV 영등포는 인터넷서 별칭이 ‘코블리’ ‘웸등포’다. 퀸 공연이 열린 영국 ‘웸블리’ 공연장과 합성어다. 직장인 신모씨(30)는 “싱어롱 상영관이 찬송가 부르는 예배처럼 되면 망한 거다”며 “입소문난 상영관으로 친구들이 몰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말 음악 영화 록키호러픽처쇼가 국내 개봉했을 때 싱어롱은 마니아 기행처럼 여겨졌다고 말한다. 현재 싱어롱은 일부에서 전체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반응이 섞이는 과정이라고 봤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기존 영화관에서 떠들면 안 된다는 교양과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두 상반된 분위기가 충돌한다”며 “언제 노래를 따라 불러야 할지 관객은 민망하고 헛갈리는 상황이다. 문화가 전파되며 점점 자연스러워질 거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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