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이탈리아는 러시아 문제에서 다른 소리를 낸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서방이 러시아에 내린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월 모스크바에서 살비니는 "우리에게 제재 연장을 묻는다면 노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은 4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힘으로 누르고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대대적인 경제제재를 내렸다. 그 통에 이탈리아산 고급 가구·의류·와인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길이 막혔다.
결정적으로 이탈리아가 러시아 역성을 들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쓰는 가스 소비량의 3분의 1이 러시아산이다. 더욱이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ENI는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과 돈독한 관계다. 러시아는 흑해 가스관(블루 스트림)을 통해 터키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이 가스관 프로젝트는 가스프롬과 ENI의 합작품이다. 두 회사는 역시 흑해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탈리아로 보내는 대형 프로젝트(사우스 스트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제재로 중단된 상태다.
한국전력이 11일 장차 중국·러시아에서 해저케이블 또는 육로로 전력을 수입하고 일본에 수출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놨다. 이탈리아·러시아 관계에서 보듯 에너지를 수입하면 수출국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둘 사이가 좋을 때도 그렇다. 사이가 틀어지면 수출국에 휘둘릴 게 뻔하다. 실제 러시아는 종래 걸핏하면 가스공급 중단 카드로 유럽을 위협했다. 우리하고 중국·러시아·일본 간의 관계는 이탈리아·러시아만도 못하다. 섣부른 전기 에너지 수입 발상은 금물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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