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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로 떠나는 日간사이 여행②]교토에서 만난 '잃어버린 가을'…뱃놀이·단풍놀이로 만끽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5 12:47

수정 2018.12.15 16:20

인력거타고 대나무숲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교토(일본)=김용훈 기자】간사이를 여행할 땐 교통패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편리하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은 여행자라면, 오사카 주유패스나 스루패스보단 한큐한신패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다. 오사카 주유패스는 1일권 2500엔·2일권 3300엔, 간사이 스루패스는 2일권 4000엔·3일권 5200엔이다.각종 주요시설 입장할인 혜택이 있지만, 내년 3월 31일까지 할인행사가 진행 중인 한큐한신패스는 1일권을 700엔에, 고베에 다녀올 수 있는 한신패스 1일권을 500엔에 구입할 수 있다.

■뱃놀이에 '술 한 잔 인생 한 입'…인력거타고 대숲 산책
지난 11월 30일 한큐패스를 이용해 교토 아라시야마로 떠났다.
한큐 아라시마역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가쓰라강을 건너는 목조교 도게쓰교가 등장한다. '달이 건넌다'는 의미를 지닌 이 다리는 예부터 교토의 귀족들의 휴양지로 이름을 날렸다는 아라시야마의 관문 같은 다리다. 서울은 이미 수은주 눈금이 뚝 떨어졌지만, 아라시야마는 단풍놀이가 한창이다.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쓰라강의 나룻배 '야카타부네'를 타보길 권한다. 사공이 대나무를 강바닥에 찍어 뒤로 밀어 내는 그 속도가 일상에 지친 머리를 강바람에 씻어내기에 적당하다. 뜨근한 오뎅, 커피와 데운 일본주를 싣고 다니며 파는 수상매점도 있어 '술 한 잔 인생 한 입'을 노래하기 더할 나위 없다.

아라시야마 가쓰라강 야카타부네에서 즐기는 뱃놀이/fn
아라시야마 가쓰라강 야카타부네에서 즐기는 뱃놀이/fn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룻배에서 내린 후엔 두부요리를 먹어보자. 교토의 두부는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두부요리가 불교와 함께 일찍이 전래됐는데, 교토는 물이 맑아 두부를 만드는데 적합하단다. 수백년 된 두부요리집들이 적지 않다. 고기를 구워야 할 것 같은 상에 육수에 담긴 두부가 나온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육수 속의 두부를 한 덩이씩 건져올려 각종 소스에 찍어먹는 두부의 첫 맛은 꽤 심심하다. 식감은 두부라기보다는 크림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다. 맵고 짜고, 새콤 달콤한 입맛에 길들여진 탓에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인가 싶다가도, 이내 담백하고 고소한 두부의 맛을 즐기게 된다.

아라시야마에서 인력거를 타고 대나무슾을 산책할 수 있다/fn
아라시야마에서 인력거를 타고 대나무슾을 산책할 수 있다/fn
두부 맛을 봤다면, 다음은 인력거를 타고 치쿠린(대나무숲)을 돌아보자. 혹시 다른 여행지에서 인력거를 탔다가 괜스레 인력거꾼에 미안한 감정이 들어 중간에 내린 경험이 있다면, 이번엔 그럴 염려가 없다. 군살 하나 없는 훈남 인력거꾼의 종아리 근육을 보기만 해도 염려는 사라진다. 인력거에 앉아 가쓰라강가를 달리는 기분이 아까의 뱃놀이와는 또 다르다. 아기자기한 상점가를 지나면 저절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되는 대나무숲이 나온다. 눈을 감고 바람 사이 서로 스치는 대나무들의 협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명에 비친 에이칸도 '야간단풍'…"가을과의 재회"
단풍놀이를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면, 교토시내로 나와 난젠지와 에이칸도를 방문하는 것이 정답이다. 일본 황실에서 세운 첫 번째 선종 사찰인 난젠지에 들어서면 이층 누각 산몬(三門)이 압도한다. 일본 삼대 산몬 중 하나다. 이층 누각에 오르면 북쪽으로 법당, 방장, 동산(東山)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 일본 가부키 극 '산몬 고산노리키'에는 대도 이시카와 고에몬이 산몬에 올라 감탄하다 추격자에 잡히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난젠지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로마 수도교를 본따 만든 수도교다. 일본 전통 사찰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붉은 벽돌의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물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이 '인생사진'을 건지려고 애쓰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생사진'을 건지기 위해 기모노를 빌려 입고 난젠지를 찾은 여행객들/사진=김용훈 기자
'인생사진'을 건지기 위해 기모노를 빌려 입고 난젠지를 찾은 여행객들/사진=김용훈 기자
단풍놀이의 절정은 에이칸도에서 완성된다. 난젠지에서 나와 걸어서 10분만 이동하면 에이칸도가 나온다. 이곳은 아예 단풍나무로 조경을 한 사찰이다. 단풍철엔 특히 오후 5시 전후로 이 사찰에 들어가려는 이들이 몰린다.
야간 '라이트 업' 때문이다. 오렌지색 조명은 그렇잖아도 화려한 단풍과 사찰에 깊은 가을을 덧칠한다.
일상에 치여 언제 왔다 갔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가을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오후 5시30분이면 에이칸도는 점등으로 새 단장을 한다/사진=김용훈 기자
오후 5시30분이면 에이칸도는 점등으로 새 단장을 한다/사진=김용훈 기자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 / 올패스컴퍼니
[전철로 떠나는 日간사이 여행②]교토에서 만난 '잃어버린 가을'…뱃놀이·단풍놀이로 만끽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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