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분만에 30만원’ 알바… 보이스피싱 덫에 빠진 대학생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6 17:14

수정 2018.12.16 17:14

피해자 돈 수거후 송금하는 역할
고수익에 혹해 범죄 가담해 실형
온라인 현금인출 모집 피해 심각
‘1분만에 30만원’ 알바… 보이스피싱 덫에 빠진 대학생들

그저 화장실에 두고 간 돈을 들고 나오면 끝. 1분 만에 30만원을 벌었다.

대학생 A씨(21)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 돈을 수거해 중국 범죄조직의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에 빠져들었다. 대학생 B씨(21)와 C씨(21)에게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도 했다. 서로 망을 봐가며 모두 2차례 걸쳐 총 1200만원 상당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재판에서 다소 불법이라는 점은 인식했지만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인 건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 "우리가 보이스피싱인 것을 마지막 날인가 그때 눈치 챘다고 했잖아. 끝까지 몰랐다고 했어야 되는데"라고 대화를 나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장동민 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 징역 10월, C씨에게 징역 8월에 각각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임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을 들어 이 같이 판시했다.

■10명중 2명, 범죄 인식 없어

대학생 중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에 혹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 돈을 인출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이나 본인 명의 통장을 대여해주는 식으로 범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대학생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인식이 약해 일반인보다 더 쉽게 범죄에 가담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생 10명 중 2명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해 발생된 대포통장 중 취업연령대인 20, 30대 비중이 절반(47.2%)을 차지했다.

금감원 '대학생 대상 보이스피싱에 대한 인식도'에 따르면 대학생 16.7%는 고수익 아르바이트(알바)라고 속아 단순 현금을 인출 전달할 경우 실형을 받지 않는다고 오답을 적었다. 대학생 17.7%는 회사 요구로 통장, 체크카드를 양도하는 경우 형사 처벌받는다는 사실도 몰랐다.

■고액알바 광고 쉽게 찾을 수 있어

금감원은 심각성을 인지해 올해 들어 알바 및 취업 사이트에 보이스피싱 가담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고액알바'라고만 검색해도 여전히 쉽게 '현금인출, 전달 알바' 같은 구인광고를 볼 수 있다.

경찰청 경제범죄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에서 초범이고 단순 가담을 했다 해도 수사에서 실제 공범으로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에서도 실형 선고하는 점을 젊은 층이 알아야 한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총책은 청년들한테도 정확하게 맡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불법행위여도 처벌이 가볍다고 설득한다"며 "경기 지표가 좋지 않을 때 사기범죄가 느는 상관관계가 있다.
청년들이 취업이 어려운 입장에서 유혹에 넘어가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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