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염주영 칼럼] 착하고 무능한 정부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4 17:00

수정 2018.12.24 17:00

경제실패가 지지율 추락 불러
여당과 민노총이 발목 붙잡아
광주형 일자리에 사활 걸어야
[염주영 칼럼] 착하고 무능한 정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추락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에는 무능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이 문제라고 말한다. 탈원전은 '원전비중 단계적 축소'로 바꿔도 별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소득주도성장 얘기는 될수록 꺼내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회초리 들고 있는데 종아리를 갖다 댈 이유는 없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은 '착한 정책'이다.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적절치 못했다. 여론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여론의 지지는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것을 얻으려면 '착한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능한 정책'이 더해져야 한다.

나는 내년 경제가 어렵긴 해도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를 돌아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안심하고 있다가 진짜 위기를 만난 적은 있어도, 위기설이 나돈 해에는 탈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은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할 수 있는 일조차도 하지 않아서다.

문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 두 가지를 꼽는다면 일자리 늘리기와 혁신성장이다. 일자리 늘리기를 못하는 이유는 소득주도성장이란 족쇄에 묶여서다. 혁신성장은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아서다. 혁신성장을 하려면 신산업 규제를 푸는 입법이 필요한데 입법을 해주지 않고 있다. 정권의 성공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앞세우는 의원들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를 찾았다. 혁신성장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은 "데이터는 미래산업의 원유"라며 "데이터 규제를 풀어 신산업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데이터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데이터 3법 개정안)들이 제출됐는데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입법을 막은 쪽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문 대통령을 외면했다. 원격의료법안도 마찬가지다. 여당 의원들은 장내에서, 민주노총은 장외에서 문 대통령 갈 길을 막고 있다.

문정부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혁신성장은 여당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면 가능하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행정부와 위기인식을 공유하면 된다. 사회적 대타협도 현 여권이 비교우위를 갖는 분야다. 노동계 설득이 관건인데, 여권에는 노동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편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조합을 제시해 양측의 참여와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당이 몸을 사리지 말고 노동계 설득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만회할 기회는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성공 문턱에서 노동계의 반발로 막판에 무산됐다. 포기하지 말고 설득과 정책지원 노력을 계속해서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이것만으로도 문정부는 역사에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노동자는 일자리가 안정되기를 바라고, 사업자는 사업이 잘되기를 바란다. 문정부 정책은 착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충촉시키는 일에는 무능하다.
착한 정부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능한 정부가 돼야 한다.
국민은 착하고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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