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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판문역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6 17:16

수정 2018.12.26 17:16

남과 북의 철도는 지난 70여년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외형 측면에서는 북한이 남한보다 한발 앞섰다. 일본이 식민지배 기간에 대륙 침략과 지하자원 수탈 목적으로 북한에 집중적으로 철도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철도 총연장은 북한이 5200㎞로 남한(3918㎞, 2016년)보다 길다. 철도역도 770여개로 남한보다 70여개가 많다. 지하철 개통 시기도 평양(1973년)이 서울보다 1년 빨랐다.
북한은 철도중심 운송체계를 갖고 있다. 운송분담률이 여객 75%, 화물 90%나 된다. 반면 남한은 도로중심 운송체계여서 철도 비중(여객 25%, 화물 5%)이 낮다.

그러나 북한은 운송서비스 질이 매우 열악하다. 복선화율이 3%(남한 63%)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철도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최고시속은 공식적으로 40~50㎞로 돼 있다. 그러나 남측 조사단의 현장조사 결과 20~40㎞로 확인됐다. 인프라 구축이 가장 잘돼 있다는 평라선(평양~나진) 780㎞ 구간의 운행시간은 27시간이다. 하지만 전력난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해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훨씬 길다고 한다. 노선과 침목은 유지·보수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만큼 마모된 상태다. 일제강점기 때 쓰던 증기기관차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철도 현대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13년 개성~신의주 복선화계획을, 러시아는 2014년 총연장 3500㎞ 구간의 철도현대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남북한은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가졌다. 남북 분단으로 끊어진 길을 잇는 과업에 첫발을 뗐다.
"모스크바행 열차를 타실 손님은 타는 곳 20번 홈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서울역에서 이런 안내방송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런 날이 의외로 빨리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기차가 태극기를 게양하고 북한을 가로질러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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